빅파마 '先수주'에 4공장 가동률 높여···연 매출 4조 넘본다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 수주 급증
3분기 누적매출 2.6조 전년比 29%↑
72만ℓ 규모 '제2캠퍼스' 건설 속도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 178억 추가 출자
ADC 등 미래 성장동력도 적극 발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 1조 원 시대를 연 데는 ‘선(先) 수주’로 4공장 가동률을 빠르게 높인 전략이 결정적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잇따르는 글로벌 빅파마의 수주에 대응하기 위해 총 72만 ℓ 규모의 제2바이오캠퍼스 구축을 본격화하고 성장 모멘텀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25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4공장이 하반기 회사의 고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4공장은 생산능력 24만 ℓ로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올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4공장 가동률이 빠르게 상승한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 6211억 원, 영업이익은 763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 14% 증가했다. 최근 주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 모두 기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 같은 성장세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화이자·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와 잇따른 CDMO 계약으로 ‘수주 풍년’을 맞았다. 올해 공시된 신규 수주 및 증액 계약 중 1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계약만 총 8건이다. 현재까지 누적 계약액만 2조 7260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주액을 달성한 2020년 약 1조 9000억 원의 기록을 3분기 만에 41% 초과 달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1~3공장을 풀가동하고 있고 같은 공장에서도 고품질 제품을 더 많이, 빠르게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 효율화 또한 진행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빅파마와의 첫 계약 이후 증액·연장 등 추가 계약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를 기존 3조 5265억 원에서 3조 6016억 원으로 20% 상향한다고 공시하며 “빅파마 모두 첫 계약 이후 계약 제품을 확대하거나 기존 계약 물량의 생산 규모를 늘리는 등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능력부터 품질·속도 등 CDMO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총 72만 ℓ 규모의 제2바이오캠퍼스(5~8공장)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5공장 가동 목표 시점은 2025년 4월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여년간의 플랜트 건설 노하우를 집약한 ‘완성판’ 디자인과 ‘쿠키컷’ 방식으로 2캠퍼스의 공사 효율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쿠키를 찍어내듯 특정 디자인의 건축물을 반복해 건설하는 쿠키컷 방식을 적용하면 같은 디자인·구조 및 기능을 갖는 여러 건물을 효율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 2캠퍼스 완공 시 생산능력은 72만 ℓ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캠퍼스까지 총 132만 4000ℓ의 압도적인 세계 1위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빠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도 4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43.2%, 연간 누적 영업이익률은 41.2%에 달한다. 견고한 실적으로 늘어난 투자 여력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분기 실적과 함께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에 178억 2000만 원을 추가 출자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바이오·제약 분야 선행 기술을 발굴하고 사업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자산 운용 규모는 총 2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ADC 기술을 보유한 스위스 소재 기업 ‘아라리스바이오텍’, 국내 기업 ‘에임드바이오’에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상업 생산 개시를 목표로 ADC 의약품 전용 생산 시설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ADC TF’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TF 규모는 10여 명으로 구영한 상무, 김수성 그룹장 등이 조직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DC 설비 착공부터 시작해야 하는 만큼 삼성엔지니어링 출신인 구 상무와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매니지먼트(EPM) 경력이 있는 김 그룹장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설명이다. TF는 본격 생산에 돌입하면 정식 조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누적된 수주를 바탕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가동된 4공장 매출이 올 3분기부터 반영돼 당분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선수주 활동으로 매출 성장이 기대돼 연 매출 3조 6000억 원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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