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안 하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돌파구 모색” [2023 세계금융포럼]

안승진 2023. 10. 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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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7인의 현자(賢者)' 중 한 명인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국내 금융기업이 세계화 혁신을 이루기 위해 '혁신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Innovate or Die)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금융기업의 영업은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맡기고 CEO는 세계 금융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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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국내 금융그룹 너무 쉽게 돈 벌고 있어
금융그룹 이익·국민 이익 제로섬 게임
세계화 의지 있는 CEO 선임해야” 강조
국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7인의 현자(賢者)’ 중 한 명인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국내 금융기업이 세계화 혁신을 이루기 위해 ‘혁신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Innovate or Die)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 위주의 ‘제로섬 게임’(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그만큼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벗어나 고통스러운 혁신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세계금융포럼에서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신 위원은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세계금융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서 “고금리가 지속하며 금융그룹이 사상 최대 이익을 냈지만 금융그룹의 이익이 혁신 노력 덕분이라며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축하받지 못하는 것은) 국내 금융그룹이 너무 쉽게 돈을 벌고 있고, 금융그룹 이익과 국민 이익이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라며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돌파구로 금융 세계화를 통한 금융 서비스 수출을 제안했다.

국내 경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인구 감소 및 인구 고령화에 따라 수축경제(Shrinkonomy)가 일어나고 있으며 국내 금융시장 규모가 점진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라는 게 신 위원의 분석이다. 일본은 20년 전 버블경제 충격으로 인한 저성장 및 고령화를 우리보다 먼저 경험했다. 일본의 금융 내수시장이 한계를 보이자 일본 금융사들은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섰고 일본 3대 금융그룹의 이익 가운데 해외비중은 지난해 기준 50% 내외 수준으로 늘어났다. 반면 국내 은행사 이익의 해외비중은 6.7%에 불과했다.

신 위원은 “편한 상태에서 혁신이 일어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금융사의) 보텀업(상향식) 혁신은 지급결제, 전자상거래, 가상자산, 자산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톱다운(하향식) 관점에서 보면 금융기관의 혁신은 눈에 띄지 않고 기존 방식에 따라 인수·합병(M&A)에 따른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지주 주식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0.4배에 불과한 것은 국내 금융그룹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진출 시도를 거듭했지만 성과는 저조했다. KB금융은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BCC) 은행 지분을 인수했으나 결국 매각 처리했고, 삼성증권은 홍콩법인 확장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 태국 외환위기 당시 태국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이 대거 철수해 현재 태국에 진출한 금융사는 4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신 위원은 “금융 선진화에 대한 답은 최고경영자(CEO)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금융그룹이 세계화 생각이 있다면 CEO가 세계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압박하고, 세계화 의지가 있는 CEO를 선임해야 한다”며 “CEO의 연임과 보상체계를 세계화 추진 성과와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금융기업의 영업은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맡기고 CEO는 세계 금융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승진·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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