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亞에 70% 쏠려… 강점 섹터 살려 ‘뉴 마켓’ 확장 필요” [2023 세계금융포럼]

이강진 2023. 10. 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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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1 - ‘K금융’ 현황과 개선점
해외 법인·지점 등 490개… 亞 332개
미래 고성장 기대 높은 동남아 집중
미주지역 77개·유럽 53개·기타 28개
“중동·阿·동유럽 등 진출 다변화 필요”
당기순익도 亞 52%·미주 28% 등 順
“자산운용·비대면 로보어드바이저 등
디지털 금융 분야 강점 활용” 제언도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해외 진출이 동남아시아에 많이 집중돼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남훈 KB금융지주 글로벌전략총괄 전무는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세계금융포럼’에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동남아에 좀 더 빠르게 진출하고 있는 반면, 미국계를 제외한 유수의 글로벌 뱅크들은 미국에 상당한 포지션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동남아로 몰린 K금융의 현황과 개선점’ 발표를 맡은 조 전무는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동남아 진출 집중 현상에도 불구하고 개별 국가 내 존재감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진출 활성화를 위해선 동남아뿐만 아니라 선진시장 및 중동·아프리카·동유럽 등 ‘뉴 마켓’으로도 눈을 돌리고,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강점을 지닌 특정 섹터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확장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열띤 토론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세계금융포럼’에서 ‘동남아로 몰린 K-금융의 현황과 개선점’을 주제로 첫 번째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문철우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조남훈 KB금융지주 글로벌전략총괄 전무,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장,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이재문 기자
◆아시아에 집중된 해외 진출

KB금융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아시아 지역에 70% 가까이 집중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에만 총 332개의 법인·지점·사무소가 운영돼 전체 해외 진출(490개) 가운데 67.8%를 차지했다. 미주지역이 77개(15.7%)로 뒤를 이었고, 유럽 53개(10.8%), 기타 28개(5.7%)였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는 아시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아시아에서의 당기순이익이 약 8억3000만달러로 52.1%였으며, 미주지역 4억4000만달러(27.6%), 유럽 2억8000만달러(17.5%), 기타 4000만달러(2.8%) 순이었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아시아 중에서도 동남아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조 전무의 분석이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동남아 국가들의 높은 미래 성장률 및 젊은 인구와 양호한 마진·투자수익률, 자본시장·보험 산업 등에서의 높은 시장 잠재력, 우리나라와 유사한 정서·문화 등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대형 금융사들은 동남아와 선진국에 균형 있게 진출하고 있다. 일본 금융사 MUFG의 경우 그룹의 전체 영업이익 중 아시아가 12%, 미국이 16%를 차지하며, SMFG는 아시아 9%, 미국 7% 수준이다. 우리나라 금융사들도 투자 안정성이 높고, 국내 고객의 해외투자 시 선호하는 선진국으로의 진출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조 전무는 중동·아프리카·동유럽 등 신규 지역도 검토해 해외 진출 다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는 호주 금융사 맥쿼리의 인도시장 공략법 등이 꼽혔다. 맥쿼리는 호주의 주별 인프라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 주별 인프라 구축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줬고, 인프라 구축 및 금융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제언도 제공했다. 해당 제언에는 호주 기업과 맥쿼리의 참여 방안도 포함됐다. 조 전무는 “우리나라 금융기관들도 제너럴하게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특정 섹터 등을 갖고 확장해나가는 게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남훈 KB금융지주 글로벌전략총괄(CGSO)전무가 25일 중구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세계일보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개최한 '2023 세계금융포럼'에서 '동남아로 몰린 K-금융의 현황과 개선점'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향후 K금융의 국제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는 금융위기 시 원화의 태환성이 취약하다는 점과 우리나라 기업조차도 해외 진출 시 한국 금융사를 파트너로 선택하지 않는 문제 등이 제시됐다.

조 전무는 “아직 별로 수익성이 없는 해외에서 (금융사들이)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20년 정도 후엔 국내에서의 수익성이나 사업 기회들이 현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단계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 관련 경쟁력 갖춰야”

발표 뒤 토론에서는 해외 진출 성공을 위해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더 노력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장은 “해외에서 ‘지금 당장 돈을 더 벌자, 수입을 다각화하자’는 등의 논의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잘 안 된 것에서 교훈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자금 세탁 방지와 관련해 태클이 많이 걸렸다. 해외를 보면 은행들이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해 투자를 많이 하고, 신경을 쓰는 데 국내 은행들도 노력하고 있지만 해외 은행들에 비해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서 실장은 해외 현지 직원들을 이직 없이 유지하기 위한 인사관리·보상체계 보완과 해외시장을 금융사들의 ‘테스트베드’로 삼아 혁신을 시도해 보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 25일 중구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세계일보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개최한 '2023 세계금융포럼'에서 '동남아로 몰린 K-금융의 현황과 개선점'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금융투자산업의 양적 (해외) 진출을 보면 은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은행은 최근 10년간 2배 정도 증가했는데, 증권·금투쪽은 최근 5년간 큰 폭으로 줄었다”고 짚었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한 만큼 이와 관련한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 실장은 “한국이 디지털 금융 분야에선 우수한 인력을 갖고 있고,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자산운용, 비대면 로보어드바이저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강진·이지민·이민경·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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