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추모식에 대통령 화환 왔지만…흉상 문제는 입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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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한국 독립군의 백만용사야. 조국의 부르심을 네가 아느냐. 삼천리 삼천만의 우리 동포들 건질 이 너와 나로다."
이날 민주당은 일제히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이념 전쟁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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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 장관 참석…‘흉상 철거 철회’ 당부에 아예 언급 안 해
“신대한국 독립군의 백만용사야. 조국의 부르심을 네가 아느냐. 삼천리 삼천만의 우리 동포들 건질 이 너와 나로다.”
25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 ‘독립군가’가 울려 퍼졌다. 참석자 100여명의 시선이 일제히 홍범도 장군 영정을 향했다. 영정 뒤로 ‘애국지사 홍범도의 묘’가 보였다. “일본 놈들이 위협해도 우리의 목숨과도 같은 이 총만큼은 내어줄 수 없다.” 장군의 말이 적힌 배경막 앞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놓여 있었다.
이날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추모 및 청산리전투 전승 103주년 기념식’에는 행사를 주최한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대한고려인협회 회원과 시민들이 자리를 채웠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행사를 후원한 국가보훈부의 박민식 장관이 맨 앞줄에 나란히 앉았다. 행사장 뒤쪽에 배우 조진웅씨도 눈시울을 붉힌 채 앉아 있었다. 조씨는 2021년 홍범도 장군 유해가 국내로 봉환되는 과정에서 국민 특사 자격으로 참여했고, 현재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남양 홍씨 남양군파 중앙종회장인 홍성종 기념사업회 이사의 축문 낭독이 끝난 뒤 장군의 약력이 소개됐다. “홍범도 장군님은 가장 오래 싸우고 가장 크게 이긴 우리 민족 승리의 상징이었다. 헌신은 무한했으나 바란 대가는 아무것도 없었다.” 격한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었던지, 추모객 일부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우원식 이사장은 추모사에서 작심하고 ‘흉상 철거’ 논란을 거론했다. “육군사관학교는 독립전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흉상 철거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뿌리이고, 독립군·광복군이 국군의 뿌리라는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막겠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우 이사장은 앞자리에 앉은 박민식 장관을 향해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국가보훈부가 독립 영웅들의 흉상 철거 백지화에 앞장서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단상에 나온 박 장관 입에서 ‘흉상’과 관련한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는 1962년 홍범도 장군님을 서훈하고 예우하는 데 최선을 다해왔으며, 앞으로도 그 예우에 티끌만큼의 소홀함도 없을 것이다. 더불어 독립 영웅인 홍범도 장군님의 공적과 역사적 위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고, 이것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만 했다. 돌연 추모객 사이에서 날 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약속 반드시 지켜라.” 소리친 시민의 손에는 태극기와 함께 “홍범도 장군을 더이상 욕보이지 마라”고 적힌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이날 민주당은 일제히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이념 전쟁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고, 이념보다 민생이 중요하다”며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결정한 육사가 끝내 교내 독립전쟁 영웅실을 철거하고, 육사의 모태인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선생을 기리는 공간도 또다른 용도로 바꾼다는데, 이게 국민 뜻이고 민생인가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우 이사장이 지난 24일 대표 발의한 ‘육군사관학교 내 독립유공자 흉상 등 존치 촉구 결의안’에는 민주당과 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 4당과 무소속 의원까지 포함해 181명이 이름을 올렸다.
최예린 이우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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