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까지 내 충당" 40% … 가계소득 갉아먹는 사교육비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10. 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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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비효율
가계지출 21% 쏟아부어
학생수 감소에도 비용 쑥
사교육 카르텔만 배불려

◆ 퓨처스쿨코리아 ◆

A씨는 첫째 아들이 서울에서 손꼽히는 자율형사립고에 들어갔지만 첫 시험에서 하위권을 기록하면서 온 집안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대치동 학원에 등록하고 일부 과목은 별도 과외교사까지 붙였다. 이듬해 둘째 아들도 자사고에 진학하면서 학비와 사교육비만 한 달에 700만~800만원에 달하게 됐다. 남편 벌이로는 감당이 안 돼 A씨는 최근 파트타임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은행 대출을 받아 자녀가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어떻게든 버틸 계획이다.

공교육 붕괴의 다른 이름은 사교육 광풍이다. 공교육의 질 저하가 사교육 수요로 이어지고, 반대로 지나친 사교육 의존도는 공교육의 존재가치를 허무는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사교육 공화국'으로 전락했다.

사교육은 결국 돈이다. 사교육에 대한 교육비 쏠림현상은 가진 부모와 없는 부모를 가르고, 다시 자녀에게 고스란히 이어지는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지난해 사교육비는 사상 최대치인 26조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학생은 0.9% 줄어든 528만명인데 사교육비는 도리어 10.8% 늘었다.

매일경제가 여론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과제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자녀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낀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78.8%에 달했다. 이 중 '매우 부담 된다'는 응답이 43.2%였다. 사교육비가 '부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6.5%에 불과했다.

특히 가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1.4%로 나타났다. 가계지출의 20~30%를 쓴다는 응답이 32.3%로 가장 많았다. 40% 이상이라는 응답도 8.8%나 됐다. 과도한 사교육비에 대출까지 받아본 응답자도 절반에 가까운 44.4%에 달했다.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사교육비는 높은 수준이다.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학생 1인당 민간 부담 교육비 지출은 초·중·고교생이 1454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6위, 대학생은 6969달러로 7위로 나타났다.

최근 교육계를 달군 사교육 카르텔도 어두운 단면이다. 현직 교사와 결탁한 사교육 업체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킬러문항' 전문학원으로 유명한 시대인재를 운영하는 하이컨시는 설립된 지 10년도 안된 지난해 매출 2747억원, 영업이익 269억원을 기록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부모 간 소득 격차가 커지며 사교육비 지출 격차도 벌어지는 상황에서 현행 대학 서열 구조가 유지되면 사교육비 지출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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