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부메랑 맞은 '영끌 대출'… 빚 갚느라 소비할 돈이 없다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102%
독일의 2배 육박 경고 목소리
은행 주담대 금리 속속 올라
가계부채 증가율 1%P 뛰면
전체 소비는 0.6% 줄어들어
기업부채 비율도 123% 달해
5년간 27%P 넘게 올라 위험
◆ 가계빚 눈덩이 ◆
"고금리 상황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외형 확대를 자제하고 가계대출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
금융당국이 25일 주요 은행 관계자들을 모아 주문한 내용이다. 2017년 이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높아지는 등 상황이 크게 악화돼온 데다 최근에 주춤하던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고금리가 장기화된 가운데 은행의 예금유치 경쟁 등으로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어 차주 부담 증가와 가계대출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계부채와 신용카드 할부를 합친 가계신용 잔액(가계부채)은 2017년 1450조6000억원에서 작년 말에는 1867조6000억원까지 급증했다. 올해 1분기는 1853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줄었으나 2분기에 다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영향으로 1862조8000억원으로 커졌다.
매일경제는 한국경제인협회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료 등을 토대로 주요 5개국(미국·영국·일본·프랑스·독일)의 DSR 등을 비교했다. 연 소득 대비 그해 상환해야 하는 부채의 원리금을 보여주는 DSR의 경우 한국은 2017년 11.9%에서 올해 1분기 14.1%까지 2.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독일은 6%에서 5.9%로, 미국은 8.1%에서 7.8%로, 영국은 9.2%에서 8.6%로 낮아졌다. 주요 5개국 중에서는 일본만 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연간 소득 대비 상환해야 할 전체 부채를 보여주는 DTI의 경우 한국은 2017년 181.8%였는데, 2021년에는 209.8%까지 치솟았다가 작년 204%로 낮아졌다. 미국은 2017년 108.3%에서 101.8%로 낮아졌고, 독일은 94.7%에서 101.5%로 높아지는 데 그쳤다. 수치 자체나 증가 폭에서 모두 한국이 크게 악화된 모양새다.
집계 기관마다 수치가 다르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세계에서 네 번째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BIS 집계에 따르면 2017년 89.4% 수준이던 한국의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2021년 105.4%로 치솟기도 했다. 올 1분기에는 101.5%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독일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 미국은 73.6%, 프랑스는 65.5%, 일본은 68.1% 등이었다.
한국 가계부채가 주요 국가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광풍이 불며 주담대 등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저금리 정책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증가한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고금리가 장기화된 데다 작년 금융권이 유치했던 고금리 예금 100조원을 올가을 재유치하는 과정에서 금리 경쟁도 벌어지고 있고, 이것이 주담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한이 9개월여 만에 7%대로 올라서면서 차주 부담이 커지고, 가계부채 부실에 대해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 23일 기준 연 4.56~7.14%로 5개월여 만에 상단이 1%포인트 이상 올랐다.
금리 상승은 차주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부실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실제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두 달 연속 상승하면서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위험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3%로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으면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을 했다. 한경협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경제 전체 소비는 0.6% 감소한다"며 "한국 가계부채 수준과 증가 속도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높고 빠르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 때 금리가 낮아지면 소비가 늘어나 경제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지만 은행에서 빌린 돈은 대부분 부동산 매매에 쓰였고, 이후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가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경협은 부채 문제와 관련해 기업대출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경협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018년 95.6%에서 올해 1분기 123%로 27.4%포인트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요 5개국 평균은 91.8%에서 98.7%로 6.9%포인트 증가했다.
DTI·DSR
DTI(Debt to Income Ratio·총부채상환비율)는 연소득에서 매년 상환해야 할 담보대출 원리금·기타대출 이자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DSR(Debt Service Ratio·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연소득에서 매년 상환해야 할 금융부채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김희래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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