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사막' 韓·카타르 함께 만든다
알사니 국왕과 정상회담
스마트팜·방산·인적교류
중동 3국 '선의 경쟁' 구도
韓과 경제·안보협력 확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까지 국빈 방문을 마치면서 한국과 중동 지역의 '협력 2.0'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과 기존 협력 관계가 에너지·건설 중심이었다면 탈탄소 시대를 맞아 스마트시티, 방산, 친환경 자동차까지 협력의 영역을 넓히게 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은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카타르를 국빈 방문했다. 이번 카타르 순방을 계기로 양국은 기존에 에너지·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져 온 협력 분야를 투자, 방산, 농업, 문화, 인적 교류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3위인 카타르는 최근 자원 기반 경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UAE 국빈 방문에 이어 이른바 '중동 빅3'로 분류되는 국가의 국빈 방문을 마쳤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사우디 측은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스트럭처 건설 등을 포괄하는 29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계약·양해각서(MOU)를 한국 측과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길에도 양국은 최대 156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성과를 가시화했다.
UAE 측도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300억달러(약 37조원)의 대(對)한국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양국 정상은 원자력, 에너지, 투자, 방산 등 4대 핵심 협력 분야와 함께 보건·의료, 문화·인적 교류와 같은 분야에서도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들 국가가 한국과 방위산업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UAE는 35억달러(약 4조7300억원)를 들여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체계인 천궁Ⅱ 계약을 체결했고, 사우디도 대공 방어체계와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산 협력 논의를 한국 측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첫해부터 UAE를 포함한 사우디, 그리고 중동의 주요 국가들이 우리와 새로운 관계 수립을 강력하게, 신속하게 하고 싶다고 요청해 왔다"며 "지지부진했던 원자력과 방산 협력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도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동력을 창출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양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사우디·카타르·UAE 등 중동 국가가 벌이는 '선의의 경쟁' 구도가 한국과 경제·안보 협력 확대를 모색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중동 나라들은 서로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한민국과 옆에 있는 나라가 어떤 방산 협력을 하는지, 또 그 옆의 나라가 어떤 경제 협력을 모색하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모니터링하는 것 같다"며 "세 나라와의 협력 관계가 서로 긴밀하게 연동돼 있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펴면서 한국과의 경제·안보 협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카타르 도하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도하 국제원예박람회장을 방문했다. 한국의 스마트농업 기술을 중동 등 전 세계에 알려 스마트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기회를 넓히기 위해서다. 이후 윤 대통령은 카타르 에미르(군주)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와 친교 만찬에 참석해 양국 간 우의를 다졌다.
[도하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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