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하원의장 후보도 낙마…셧다운 인질 잡은 '트럼프 친위대'
극우층 지지받는 강경파 20명
새 후보 에머도 반대 '어깃장'
4번째 후보 존슨도 장담 못해
트럼프, 막후서 후보선출 개입
공화당 집안싸움 점점 더 격화
'미국 권력서열 3위' 하원의장 공석 사태로 미국 의회가 3주째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세 명의 의장 후보가 낙마하는 동안 입법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고, 24일(현지시간) 네 번째로 선출된 마이크 존슨 의원(루이지애나)이 투표를 기다리고 있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같은 내홍으로 다음달 17일까지 의회에서 본예산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연방 정부는 또다시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위기를 맞게 될 형국이다.
사상 초유의 하원 교착 상태는 공화당 집안싸움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 내분을 주도하는 20여 명의 프리덤코커스 초강경파 의원들이 문제다. 이들은 '트럼프 친위부대'를 자처하는 극렬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의 후원을 받고 있어 이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MAGA 공화당원들은 민주당과 협치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미 '비토 권력'의 맛을 단단히 본 강경파들은 '캐스팅 보트'로 사사건건 반대표를 행사하며 미국 의회 정치를 흔들고 있다. 오죽하면 공화당 강경파가 사실상 '제 3당'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현재 하원 지형도는 공화당이 221석, 민주당이 212석으로 박빙이어서, 공화당 의원 5명만 반기를 들어도 민주당 협조 없이는 과반을 확보할 수 없다. 실제로 '반대 표'는 이들에게 많은 권력을 쥐여 줬다. 지난 1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선출 당시 투표를 15회 차까지 끌고 가면서 핵심 상임위원회를 얻었고 손쉽게 의장 해임안을 상정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그로부터 열 달 후인 지난 3일, 미국 역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까지 주도했다. 공화당 내 친트럼프 성향의 맷 게이츠 의원이 매카시 의장 해임안을 발의했고, 8명의 공화당 반란표와 민주당 전원 가세에 힘입어 해임안이 통과됐다.
후임 선출 과정에서 빚어진 촌극은 '동네 이장선거'만도 못했다. 공화당이 당내 경선으로 선출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 톰 에머 하원 원내 수석부대표 등 3명의 의장 후보들이 당선 과반인 총 217표를 확보하지 못해 줄줄이 낙마했다. 무려 8명의 의원들이 출사표를 던졌고 공화당은 24일 부랴부랴 네 번째 하원의장 후보로 존슨 의원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존슨 의원도 공화당을 통합해서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1차 후보였던 스컬리스 원내대표와 3차 후보였던 에머 원내 수석부대표는 당내 강경파 반대에 부닥쳐 본회의 투표까지 가보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공화당 프리덤코커스 창립 멤버로서 친트럼프 인사들의 지지를 받은 조던 법사위원장은 두 번째 후보로 나왔지만 본회의 3차 투표까지 갔다가 결국 낙마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막후에서 의장 후보 선출에 개입하고 있다. 그는 3차 의장 후보였던 에머 수석부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반감을 보이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화 지지자인, 말로만 공화당원"이라고 비난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에머 후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매카시 의장을 복귀시키는 대신에 강경파를 등에 업은 조던 법사위원장을 보조 하원의장으로 두는 권력분산을 제안하기도 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형국인' 초강경파의 몽니가 계속되는 한, 진통 끝에 새로운 하원의장이 선출된다고 해도 매카시 전 의장처럼 언제 해임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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