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바이오헬스 혁신위에 거는 기대
틈틈이 음악을 듣는다. 모든 음악을 좋아하지만 주로 고전음악을 듣는다. 우리나라의 저명한 음악가가 한 말을 떠올린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중음악은 우리를 위무하고, 고전음악은 우리를 각성시킨다'는 뜻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좋아하는 작곡가는 구스타프 말러이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독창적 작곡과 전례 없는 대편성 연주로 유명하다. 그의 교향곡 8번은 성경과 괴테의 파우스트를 절묘하게 얽어 놓은 곡으로, 난해한 대작이다. 그런 작품을 연주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말러는 우여곡절 끝에 1910년 교향곡 8번의 초연을 직접 지휘하였다. 당시 1000명이 넘는 연주가와 합창단을 지휘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러한 연유로 '천인 교향곡'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연주자들의 다채로운 색깔과 기법을 하나의 통일되고 완성된 화음으로 조율하고 이끌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고 한다.
국무총리 직속의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출범이 초읽기다. 설치 근거가 되는 대통령 훈령이 제정되었고,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로 위원 인선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과 산업을 총괄하는 지휘소의 필요성을 제기해온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 협회장 취임 후 제약바이오강국 실현을 위해 범정부적인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왔다. 기초연구, 임상, 제품화까지 제약바이오의 전 주기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가 나눠 분절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후발 주자인 우리가 제약바이오 선진국을 따라가려면 훨씬 더 지혜롭게 빨리 뛰어야 한다. 그래서 각 부처의 역할과 지원 정책, 예산 등을 조율하는 지휘소가 강화되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은 일찍이 제약바이오를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통합적인 거버넌스를 운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식 기반의 제약바이오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1000명이 동원되는 말러의 8번 교향곡을 지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더욱이 궁극의 목적인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의 시간과 1조원 이상의 대자본이 요구된다. 최근에는 그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성공 확률은 1만분의 1 이하로 매우 낮지만, 성공하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고위험,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추격자인 우리로선 자본과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국부를 창출하기 위해 컨트롤타워의 총체적인 통솔과 지휘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올해 제약바이오산업의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2027년까지 달성하려는 글로벌 6대 제약바이오강국의 미래상이다.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2개 이상 새로 보유하는 국가로 바뀐다. 4조원대 매출을 넘어야 진입할 수 있는 글로벌 50대 제약사 명단에도 3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일자리는 12만개에서 15만개로 늘어난다. 제약바이오산업 대도약의 구심점이 될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의 효과적인 지휘를 통해 최고의 성과를 국민에게 안겨주기를 기대한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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