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세운개발' 공수표 안되려면
미국 뉴욕 맨해튼은 역대 서울시장마다 한 번씩 다녀오는 벤치마킹 '단골집' 격이다. 낡은 도심을 새롭게 혁신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오래된 철도역을 복합개발한 허드슨 야드 사업이 대표적이다. 2005년 계획된 사업이 거의 마무리돼 도시에 활력을 주고 있다.
뼈아픈 건 서울도 시작은 비슷한 시기였다는 것이다. 서울 종묘부터 퇴계로까지 약 43만㎡ 규모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를 개발하는 청사진도 오세훈 서울시장 1기 때인 2006년 처음 나왔다. 허드슨 야드 개발 계획이 나온 시기와 딱 1년 차이다. 하지만 허드슨 야드가 세계적인 명소로 탈바꿈하는 17년 동안 서울은 낙후된 도심을 바꾸는 그 어떤 혁신도 없었다. 세운지구는 전체 건물 중 97%가 30년 이상 돼 콘크리트가 뚝뚝 헐어 내린다. 그나마 지난 24일 세운지구에 대한 새로운 개발 청사진이 나왔다. 세운지구 중앙의 노후 상가 7개는 단계적으로 공원화하고, 양옆으로 업무·상업·주거·문화 기능을 갖춘 초고층 빌딩을 세우겠다는 게 핵심이다. 부동산업계에선 과연 되겠느냐는 냉소가 여전하다. 오 시장 임기 안에 공원화를 위한 첫 삽을 뜨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토지 소유주에 대한 보상 문제, 상가 세입자에 대한 이주 대책 문제 등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이 사업 성패가 결국 후임 시장에게 달린 것 아니냔 얘기도 나온다.
2014년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뉴욕의 하이라인 철길을 찾은 뒤 영감을 받아 갑자기 서울역 고가 공원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서울로7017'이 생겨났다. 해당 고가는 이용률이 바닥을 치면서 서울역 흉물로 전락해 존폐가 검토되고 있다. 서울의 도시계획은 자신의 시정 철학을 녹이겠다고 이리저리 막 그리는 캔버스가 되어선 안 된단 얘기다. 행여 문제가 생겨 후임 시장이 다시 그리기라도 하면 또다시 10년, 20년 뒤를 기약해야 한다.
세운지구 개발은 단순히 대형 사무실 몇 개를 짓는 사업이 아니다.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기업과 자본을 유치하는 도시 혁신 '심장부'로 만들어야 한다. 그만큼 오 시장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희수 부동산부 heesoo7700@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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