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기술자격시험' 권위 되찾기
국가기술자격시험 제도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추진되기 시작한 1960년대 초에 도입됐다. 정부의 경제개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술 분야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전문인력이 대거 필요했기 때문이다. 산업화 초창기 부처별로 시행했던 각종 국가기술자격시험 가운데 국민의 생명과 관련한 위험한 분야의 시험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공단)이 1982년부터 위탁·관리해왔다.
국가자격증 취득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장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관심 분야의 전문가임을 증명하는 징표이다. 공단이 실시하는 한 해 평균 497개 종목의 자격시험에 초등학생부터 70세 이상의 고령자까지 매년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이유이다. 국가가 인증하는 공인자격증을 취득하는 시험인 만큼 공정하게 시행되고 권위를 인정받아야 한다.
불행하게도 최근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드러난 공단의 허술한 시험관리 실태는 국가자격시험에 대한 공정성과 권위를 위협할 지경이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시험 답안지를 채점도 하기 전에 폐기하는 등 어처구니가 없는 시험관리로 사회로부터 지탄받아 더욱 난감한 처지다.
국가자격시험은 문제 출제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시험 감독과 채점, 합격자 발표 등에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전 과정이 공정하고도 은밀하게 진행돼야 함은 기본이다. 중장비, 보일러, 전기, 가스 취급 자격증 등 시험 종목에 따라서는 수준 높은 실습 평가도 치러지는 만큼 시험관리 전 과정은 예삿일이 아닌 게 현실이다.
공정하고 철저한 시험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험 전용공간의 확충이 시급하다. 현재 공단의 전용상설 시험장은 서울을 비롯해 34개뿐이다. 실기평가가 필요한 각종 시험은 전국에 소재한 공단 산하기관에서 집행하거나 특성화고등학교 및 직업전문학교 등에서 치르고 있다. 특수한 직종인 타워크레인 등의 종목은 사실상 전국을 대상으로 시험장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시험관리에 허점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수원 등 주요 권역별 디지털시험센터(DTC) 6곳을 마련했지만, 앞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별로 1곳 이상의 상설 국가시험장을 추가로 마련한다면 이 같은 위험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각 지자체에 산재한 폐교를 활용해 국가기술자격 상설 시험장을 만든다면 예산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지자체에도 새로운 활력이 될 만하다.
채점 시스템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실기시험장 수백 곳에서 시행한 필답형 시험의 답안지를 중앙에서 수작업으로 채점하는 방식은 사고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IT 선진국답게 채점을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고 시험본부 중앙서버로 전송, 관리하는 등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시험 감독관과 채점위원 선정과 관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단 종사자의 확고한 책임감과 윤리의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가자격시험의 신뢰성 훼손은 곧 공단의 존재 가치를 위협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국가자격시험의 권위를 회복하는 데 공단의 명예를 걸어야 할 때이다.
[권영진 신한대 특임교수 전 산업인력공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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