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인재 이탈 방지법
직장 내 '긍정 경험' 만들어야
체계적 소통·유연한 업무 환경
상사의 명확한 코칭이 큰 역할
기업이 직원경험 설계 나서야
최근 불투명한 경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전보다는 덜해졌지만 인재 이탈, 특히 MZ세대 직원 이탈은 많은 기업이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과제다. 문제는 대부분 보수나 복지를 늘리거나, 근로 시간을 줄이는 것과 같은 대증적 수단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기업에는 직접적 부담이지만, 효과는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맥킨지가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긍정적 경험'이었다. 직장에서 긍정적 경험을 갖는 직원은 업무 몰입도가 그렇지 않은 직원 대비 무려 16배나 높았고, 기업에 계속 남아 있을 가능성은 8배 컸다.
직원들 경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역할·커리어 변화 △피드백과 코칭 △평가 △역량 개발이었다. 기업이 이 영역과 관련한 프로세스를 잘못 설계하고 실행하면 직원들의 경험은 급격히 나빠진다. 기업은 연령이나 직급·직종별 대표적 직원 유형(페르소나)을 상정하고, 위 영역과 관련한 현재 경험이 어떠한지, 어떻게 개선할지를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직원 만족도가 높은 직장으로 알려진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 조는 특히 경력이 짧은 직원을 대상으로 어떠한 경험과 역량이 있고,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 회사에는 어떠한 기회가 있는지를 논의하고 이를 직원들의 구체적인 커리어 플랜으로 만들어 실행에 옮긴다. 구글 팀원들은 담당 매니저와 최소 월 1회 이상 1대1 미팅을 하면서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주고, 어떠한 부분에 회사 지원이 필요한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직원들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상사의 역할이다. 상사들은 보통 조직 관리를 위한 행정적 업무와 회의 참석에 절반 이상의 시간을 쓴다. 원격 근무, 자율 좌석제와 같은 업무 형태뿐 아니라 업무 수행에서도 독립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상사는 '관리'보다 직원들에 대한 코칭과 피드백, 역량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국내 한 대기업은 직원들이 상사에게 제대로 된 피드백과 코칭을 받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팀장 이상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피드백 제공 교육을 실시했다. 반드시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어떤 부분에 개선점이 있는지 제시하고, 나아지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상사와 직원이 같이 논의하고 세우도록 했다. 그리고 세운 계획의 진척 상황을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확인하도록 했다. 이전에 기껏 '질책성' 코칭을 받던 직원들은 긍정적인 경험을 쌓게 됐다.
많은 기업이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재개했지만, 일정 수준 재택근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미국은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는 근로자 비중이 9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4시에 일단 업무를 마치고 하교한 자녀를 돌본 뒤,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다시 업무를 보는 식으로 근무하고자 하는 직원이 무수히 많다. 이러한 업무 공간과 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업무 정의와 이에 대한 소통, 결과에 대한 측정이 가능해야 한다. 또 시스템적으로도 뒷받침돼야 한다. 한 글로벌 은행은 비슷한 업무를 하는 직원 간 업무 시간을 자유롭게 교환(Shift swap)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개발해 직원 만족도와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MZ세대는 이미 조직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그 비중은 앞으로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직원 경험'을 설계하고 체계화하면 인재 이탈 방지는 물론이고 성과 향상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유원식 맥킨지 시니어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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