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이은 뜻밖의 흥행작 ‘최악의 악’, K누아르 외피 쓴 멜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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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디즈니플러스는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으로 역대급 흥행을 이끌어 냈다.
디즈니플러스의 기세가 꺾이나 싶을 때쯤인 9월 말 공개된 '최악의 악'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최악의 악'은 공개 2주 만에 한국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일본과 홍콩 등 6개국 TOP 10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악의 악'은 멜로와 젊은 감성이란 두 가지 색깔이 더해진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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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와 젊은 감각이란 색깔 섞어 대중성 높여
지창욱 "전형적인 플롯, 오히려 장점이자 재미"
지난여름 디즈니플러스는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으로 역대급 흥행을 이끌어 냈다. 공개 첫 주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최다 시청시간을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가입자 수도 크게 늘었다. 업계의 관심은 '무빙'의 기세를 이을 차기작으로 향했다. 하지만 '무빙' 직후 공개된 배우 권상우의 '한강'은 기대만큼 입소문을 타지 못했다. 디즈니플러스의 기세가 꺾이나 싶을 때쯤인 9월 말 공개된 '최악의 악'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최악의 악'은 공개 2주 만에 한국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일본과 홍콩 등 6개국 TOP 10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뻔한 '언더커버물'? 지창욱 "전형적인 플롯, 가장 큰 재미"
‘최악의 악’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중일 3국 마약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강남연합'이란 범죄 조직에 잠입한 시골 형사 준모(지창욱)의 이야기를 그린다. 준모는 경찰 집안의 아내 의정(임세미)보다 계급이 낮은 데다 마약 중독자 아버지까지 둬 아내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는 인물. 준모는 '두 계급 특진'을 조건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플롯만 보면 한국 영화 '신세계'(2012)의 기시감이 든다. 평범한 언더커버물(비밀리에 행하는 위장 첩보 활동을 다루는 장르물)로 보이는 것.
하지만 '최악의 악'은 시청자들의 '아는 맛'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바꾸었다. 배우 지창욱은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전형적인 플롯이 (오히려) 가장 큰 재미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기시감이 들더라도 그간에 했던 이야기를 얼마만큼 잘 만들어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한동욱 감독은 언더커버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전사(前史)를 과감히 생략하는 등 다양한 변주를 시도했다. 한 감독은 "젊은 느낌을 과감히 섞고 '브로맨스'보다 멜로와 치정에 방점을 찍었기에 기존 작품과 분명히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젊은 감각으로 스타일리시해진 'K누아르', 그 속에 숨은 멜로 감성
'최악의 악'은 멜로와 젊은 감성이란 두 가지 색깔이 더해진 게 특징이다. 'K누아르(범죄나 사회적 윤리 등 소재로 어두운 분위기를 부각하는 작품군)'의 외피를 썼지만 실제로는 멜로물에 가깝게 느껴진다. 인물들 간에 얽힌 관계가 극의 몰입도를 높여 준다. 알고 보니 준모의 아내 의정은 '강남연합'의 보스 기철(위하준)의 첫사랑이었다. 의정은 조직에 위장 잠입한 준모가 기철의 의심을 사지 않도록 여전히 자신에 대한 애틋함이 남아 있는 기철의 감정을 이용해 그를 안심시킨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준모는 극심한 질투심을 느낀다. 준모의 이런 감정 변화는 극을 이끄는 중요한 축으로 기존 누아르 애호층을 넘어 대중에게도 소구력을 갖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멜로와 누아르가 다 되는 배우가 필요해 지창욱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한 감독의 의도대로 지창욱의 연기가 돋보인다. 지창욱은 "준모가 뒤로 갈수록 (조직에 물들어) 기철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의상부터 태도까지 설정해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렁이는 가운데 준모는 거리낌 없이 살인을 하는 등 제목처럼 '최악의 악'으로 달려 나가고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무채색 아닌 원색과 네온 빛깔에 가까운 누아르"란 지창욱의 말처럼 스타일리시한 연출도 돋보인다. '강남연합' 소속 인물들은 조직폭력배들이 입지 않을 법한 멜빵바지를 입거나 머리를 탈색하거나 선글라스를 늘 착용하는 등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한 감독은 "극단적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 때문에 오히려 악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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