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상 성별 변경 '수술 필요' 규정은 위헌" 日최고재판소 첫 판단(종합2보)

박준호 기자 2023. 10.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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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여 트랜스젠더가 위헌 소송 제기…수술은 안 해
15명 재판관 만장일치로 '위헌'…위헌은 전후 12번째
앞으로는 생식기 제거 수술 안 해도 성별 변경 가능
[도쿄=AP/뉴시스]일본 최고재판소는 25일 트랜스젠더에게 공식적으로 성별을 바꾸기 위해 생식기 적출을 요구하는 법안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사진은 지난 9월 4일 도쿄에 위치한 일본 최고재판소 청사. 2023.10.25.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호적상 성별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생식기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필요로 하는 규정은 위헌이라는 일본의 대법원격인 최고재판소의 첫 판단이 나왔다.

25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최고재판소는 성동일성 장애인이 호적상 성별을 변경하려면 생식능력을 없애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법률 요건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AP통신도 일본 최고재판소가 성별 변경을 위해 생식기 제거를 요구하는 법안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고 교도통신을 인용,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재판관들이 성전환을 위해 생식기능 상실을 요구하는 부분은 위헌이라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고 전했지만, 그 밖의 결정의 자세한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고 AP가 보도했다.

일본에서 최고재판소는 법률 등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지 판단할 수 있는 종심법원으로서, 위헌 여부 판단 시 15명의 재판관 전원이 대법정을 열어 심리한다. 위헌 결정이 나면 국회가 법 개정이나 규정 철폐를 해야 해 그 판단이 무겁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서일본 지역 거주자로만 알려진 원고는 당초 2000년 수술 요건이 경제적, 물리적으로 큰 부담을 주고 헌법의 평등권 보호에 위배된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는 "신청인(원고)은 자인하는 성이 출생 시 성과 다른 트랜스젠더로 서일본에 산다"며 "호적상으로는 남성으로, 여성으로의 성별 변경을 요구하고 있었으며,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지만 성전환 수술은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법률의 규정을 최고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전후 12번째로, 일본 국회는 이 법률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NHK가 전했다. AP는 이번 결정에 따라 일본 정부는 트랜스젠더들이 수술 없이 공식 문서에서 성별을 변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술 없이 성별 변경을 인정하도록 요구한 당사자의 신청에 대해서는 한국의 고등법원격인 고등재판소에서 심리를 다시 하도록 명령했다.

2004년 시행된 성동일성장애특례법에서는 호적상 성별 변경을 허용하는 요건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2인 이상의 의사로부터 성동일성장애 진단을 받는 것과 더불어 ▲18세 이상이어야 할 것 ▲현재 결혼하지 않을 것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 ▲생식선이나 생식기능이 없을 것 ▲변경 후 성별 성기와 비슷한 외관을 갖추고 있을 것 등 5가지를 규정하고 이를 모두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이 중 생식선이나 생식기능이 없는 것과 변경 후 성별 성기와 비슷한 외관을 갖추고 있는 것 등 2가지가 사실상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NHK가 보도했다.

일본 사법통계에 따르면 2022년까지 전국 가정재판소(가정법원)에서 1만1919명의 성별 변경이 인정됐다.

'수술 없이 성별 변경을 허용해달라'는 취지로 제기한 소송도 있었지만 최고재판소는 2019년 1월 "변경 전 성별의 생식 기능에 의해 아이가 태어나면 사회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4명의 재판관 전원 일치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기각한 바 있다.

다만 당시 재판관 4명 중 2명은 "수술은 헌법으로 보장된 신체를 훼손하지 않는 자유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어, 현 시점에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그 의문점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보충의견을 밝혔다.

일본 사회에서는 성별 변경 수술 요건에 관한 최고재판소의 심리를 둘러싸고 요건을 철폐해야 한다는 단체와 필요하다는 단체 양측이 대립했다. 특히 트랜스젠더, 특히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화하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반대하는 일부 단체들은 24일 최고재판소에 수술 요건을 유지해 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기시다 전 총리의 보좌관이 지난 2월 "성소수자 옆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동성혼이 허용되면 시민들이 일본을 탈출할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일본 내 성소수자들을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통과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변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AP가 지적했다. 일본은 주요 7개국(G7) 회원국 중 유일하게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차별금지법을 포함한 법적 보호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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