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초거대 AI' 연내 공개 물건너가나
신사업 줄줄이 동력 상실
홍은택 27일 국회 증인 출석
카카오를 향한 감독·수사 당국의 압박 수위가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카카오 미래 사업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업에도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연내 자체 초대규모 AI 모델인 '코GPT 2.0' 버전을 공개하는 것과 더불어 그에 맞춘 서비스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현재 사업 진척 속도가 더딘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최근 AI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다소 사그라든 상황에서 카카오에 드리워진 사법 리스크 여파로 시장 신뢰도가 추락한 게 결정타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카카오 측은 "대규모언어모델(LLM) 공개 시점, 사업 방향성과 관련해 연내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것에 대해선 아직까지 변동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외 상황이 급변하고, 내부에서도 카카오의 중대 사업으로 꼽히는 AI를 올해 공개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이견이 점차 나오면서 다소 달라진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어쨌든 목표는 연내에 모델을 내놓고,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서비스들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실제 구현되는 단계를 거치며 내년 등 언제 내놓으면 좋을지 보고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상황에 따라 이러한 계획에도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열풍이 불기 전만 하더라도 AI는 카카오의 AI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만의 사업이었지만, 지금은 카카오 공동체가 함께 연계된 복합 사업으로 격상돼 의사 결정 구조에 있어 고려되는 변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령 카카오가 염두에 둔 AI 서비스만 하더라도 카카오톡과 연계된 AI 챗봇 형태는 물론 커머스·모빌리티·금융 등 카카오 공동체 차원의 AI 라인업이 그려지고 있어 '모(母)' 격인 카카오의 불안정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AI 모델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터라 기대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 요인이 있다"면서 "특히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이 그룹 전반을 뒤흔드는 사법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보니 공동체 차원의 의사 결정에서 AI 사업은 지배 구조 이슈에 밀려 다소 후순위가 된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카카오의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 메신저와 관련된 톡비즈(광고 등)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권사들이 연이어 카카오에 대한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 선임연구원은 "카카오의 톡비즈 사업은 경기 침체 영향이 이어지면서 한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며 "친구 탭과 오픈채팅 탭의 사용자환경(UI) 및 기능을 개편하는 중이지만, 의미 있는 관련 매출이나 트래픽을 기대하기엔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의 해외 사업 연계 프로젝트도 추진 동력을 잃은 분위기다. SM엔터는 카카오가 해외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지만, 이번 사태가 종결돼야 관련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27일 열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종합감사에서 카카오VX·카카오헬스케어·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스타트업 기술을 침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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