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집 사려고 노후자금 빼썼다…퇴직연금 중도인출 지난해보다 증가
40대 중도인출 금액이 7057억으로 ‘최다’
주된 목적은 ‘주택 구입’...1조1479억 사용
장기요양·파산 등 이유로 인출 늘어나기도
올해들어 9월까지 주택구입을 위해 퇴직연금에서 빼내쓴 금액이 1조1500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전체보다 많은 규모다. 파산과 개인회생 등으로 인한 중도인출까지 늘면서 퇴직연금 중도인출 전체 규모는 9개월만에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퇴직연금은 노후보장을 위해 적립하는 노후안전망이다. 중도인출을 하면 고율의 세금이 부과돼 세법상 불이익도 당한다. 노후 방어막이 약화된 만큼 향후 집값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집계된 퇴직연금 중도인출액은 1조84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금액 1조8182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퇴직연금 중도인출 금액은 2019년(2조7758억원), 2020년(2조6192억원), 2021년(1조9403억원), 2022년(1조8182억원)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9월까지 집계된 중도인출 금액이 이미 지난해 중도인출 금액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9월까지 집계된 수치를 연령대별로 보면 40대의 중도인출 금액이 7057억원으로 지난해 전체(6660억원)를 크게 웃돌고 있다. 30대(5720억원→5754억원)와 50대(4420억원→4595억원)의 중도인출 금액도 지난해 연간 수준을 넘어섰다.
퇴직연금 중도인출 금액이 증가한 주된 사유는 부동산(주택구입) 때문이었다. 올해 9월까지 중도인출된 퇴직연금 중 1조1479억원(62%)는 주택구입에 쓰였다. 이는 지난해 연간 인출된 주택구입 목적의 중도인출 금액 1조100억원을 웃도는 액수다.
주택구입 목적의 퇴직연금 중도인출은 30대(지난해 연간3325억원→올해 9월까지 3803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30대의 퇴직연금 전체 납입액을 고려해보면 퇴직연금을 활용한 주택구입은 30대에서 매우 활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40대(3923억원→4486억원), 50대(2242억원→2718억원)에서도 퇴직연금 중도인출이 크게 증가했다.
장기요양이나 파산과 개인회생으로 인한 중도인출도 늘었다. 생활고(장기요양·815억원→816억원), 파산선고(10억원→11억원), 회생절차(1068억원→1086억원)로 인한 퇴직연금 중도인출 규모도 9개월만에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퇴직연금 중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는 정해진 사유에 따라 중도인출할 수 있다. 사유는 ▲무주택자의 본인 명의 주택 구입 ▲무주택자의 거주목적 전세보증금 ▲본인·배우자·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5년 이내의 파산선고 ▲5년 이내의 회생절차 개시 등이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DB형) 가입자는 중도인출을 할 수 없다.
김종민 의원은 “퇴직연금은 최후의 보루와 같은 노후자금인데, 이를 중도에 인출하는 추세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불안에 따른 자금 수요가 더 커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중도인출의 사유가 30~50대의 주택 구입이나 생활고와 파산 등에서 증가한 점을 볼 때, 고금리와 고물가의 영향을 견디기 어려운 국민이 늘어난다는 뜻이라고 본다”이라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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