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 42.3% ‘역대 최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전체 기업의 42.3%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전기·가스업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한 영향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7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경기둔화가 이어지며 올해는 기업들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좀비기업’ 비중은 42.3%로 한은이 국세청 자료를 이용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로, 100%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은 코로나19 발생 첫해였던 2020년 40.9%로 높아진 뒤 2021년에는 40.5%로 소폭 낮아졌지만, 금리 상승 영향으로 지난해 다시 최대치로 상승했다.
조사 대상 기업 전체의 이자보상비율도 2021년 487.9%에서 지난해 348.6%로 낮아졌다. 영업이익률은 낮아지고, 고금리 여파로 금융비용부담은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4.5%)과 세전 순이익률(4.6%)은 2021년보다 각각 1.1%포인트, 1.9%포인트 떨어졌다.
올해에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상반기까지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이같은 어려움은 올해에도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업들의 사정도 최근 들어 양극화하가 심화하고 있어, 어려운 기업들일수록 이자부담과 업황 악화를 견디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2015년 이후 7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의 부채비율은 122.3%로 지난 2021년(120.3%)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2015년 128.4%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전체 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31.3%로, 2021년(30.2%)보다 1.1%포인트 올라 2015년(31.4%) 이후 가장 높았다.
기업들의 안정성이 나빠진 데에는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전과 가스공사를 제외한 기업들의 전산업 부채비율은 2021년 119.1%에서 2022년 118.5%로 소폭 하락했다. 이성환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제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하락했으나 전기·가스 등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은 전년보다 15.1% 증가했다. 증가폭은 2021년(17.0%)보다 1.9%포인트 줄었지만,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연간 총자산증가율 역시 2021년 12.7%에서 지난해 9.7%로 낮아졌으나 통계 편제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성장성은 어느 정도 선방했다는 뜻이다. 이 팀장은 “매출액 증가율이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주력 제조업과 전기가스업,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은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91만206곳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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