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택 갤러리현대 개인전 솟구쳤다 사라지는 분수, 인생과 닮아
유근택 성신여대 동양화과 교수(58)는 서울 월드컵공원을 즐겨 찾는다. 조경한 나무와 인공적으로 꾸민 호수는 마치 정물화처럼 정갈하게 자연을 품는다. 사계절 시시각각 변하는 이 공원을 작가는 '반영(Reflection)' 연작에 담았다. 나무들은 호수 위에 거울처럼 반사된다. 자연의 꿈틀대는 생명력과 땅을 뚫고 나오는 에너지가 이글거리는 화폭으로 표현됐다.
그는 "인간이 천국처럼 조경을 만들어 놓은 이 공원을 찾을 때마다 나무와 새싹의 동물적인 움직임이 보였다.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홀린 듯 몇 번이고 다시 그린 이유"라고 말했다.
유 교수의 개인전 '반영'이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열린다. '분수' '창문' '봄-세상의 시작' '이사' '말하는 정원' '반영' 등 대표작 40여 점을 선보인다. 24일 만난 작가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6년 시간을 반영해 담은 전시다. '반영'이란 언어를 통해 세상, 세계가 내 몸을 관통해 어떻게 체화되는지 회화적 질문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관념적인 시공간과 대조되는 '일상성'에 1990년대부터 몰두해왔다. 그는 "거대 담론의 시대가 지난 뒤 내가 발견한 일상은 세계와 나의 관계성에 더 초점을 맞추는 세계"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삶에 스며든 특별한 일상이 화폭에 점점이 박혀 있다. 1층 전시장에서는 코로나19 시기에 300일 넘게 격리돼 투병하다 떠나보낸 아버지 장례식 날 새벽에 창문에서 만난 별빛, 이삿짐을 싸 놓으니 연극배우처럼 꿈틀대던 사물들을 만날 수 있다. 200호 대작 '봄-세상의 시작'에도 대지 위에 '두더지 게임'처럼 움트는 새싹과 함께 일상 속 사물들이 숨어 있다. 유근택만의 해석을 통해 낯익은 사물들은 낯선 풍경으로 변모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15점이 출품돼 지하 층을 가득 채운 '분수' 시리즈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월드컵공원에서 만난 여러 분수가 갖가지 표정으로 다가온다. 그는 "분수는 지루한 일상을 낯설게 만드는 장치이자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분수는 물방울을 밀어 올리는 존재 형식이다. 결국은 쓰러질 운명인 게 인간 삶의 방식과 다르지 않더라.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경지에 닿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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