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 누워지내야 조산 막는다? "틀렸다" 산부인과 교수의 경고, 왜

정심교 기자 2023. 10. 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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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그 관리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산모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상 체중 여성은 임신 후 기존 체중보다 11.5~16㎏ 더 느는 게 적정하다고 한다. 한국인 여성 정상 체중은 체질량지수(BMI)가 18.5~22.9㎏/㎡다. 반면 임신 전 과체중(23~24.9㎏/㎡)이던 여성은 7~11.5㎏ 증가가, 비만(25㎏/㎡ 이상)하던 여성은 5~9㎏ 증가가 적정하다고 한다.

실제 미국·영국 등 여러 나라 지침에서는 임신 전부터 체중 감소를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캐나다 지침에서는 구체적으로 임신 전 체질량지수를 25~30㎏/㎡ 미만으로 감소시킨 후 임신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임신 후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질병에 '임신성 당뇨병'이 있다. 임신 중 혈당 조절이 잘 안된 경우 거대아, 견갑난산(아기 머리는 이미 분만됐지만, 어깨가 엄마 골반에 걸려 나오지 못하는 경우), 제왕절개 수술률 증가 등 여러 합병증이 높아진다. 이에 병원에서는 임신성 당뇨병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시행하고 산모는 식사, 운동, 인슐린 치료 등으로 대부분 혈당을 철저히 관리한다.

이렇게 임신성 당뇨병은 철저하게 관리되는데, 아쉽게도 임신 중 체중 관리는 비교적 소홀하게 여겨진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원장 박승우)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팀(제1 저자: 서남주)은 2016년 1월~2020년 12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산전 관리를 받으며 단태아를 낳은 산모 3078명을 대상으로 비만과 임신성 당뇨병이 임신부와 태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환자군을 비만과 임신성 당뇨병 유무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눴다. △그룹1은 비만과 임신성 당뇨병이 모두 없는 경우 △그룹2는 비만 없이 임신성 당뇨병만 있는 경우 △그룹3은 임신성 당뇨병 없이 비만한 경우 △그룹4는 비만과 임신성 당뇨병 모두 있는 경우로 구분했다. 비만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 정한 '아시아 여성 비만 기준'에 따라 임신 전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임신부로 정했다.

해당 그룹에서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된 임신부들은 산전 관리 과정으로 임신성 당뇨병 관련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다이어트와 운동에 대한 세부 교육을 진행하고, 주기적으로 당수치 검사를 시행하여 필요시 인슐린 치료를 받았다.

연구 결과 그룹3(임신성 당뇨병 없이 비만한 임신부)이 그룹2(비만 없이 임신성 당뇨병만 진단된 임신부)보다 전반적으로 부작용 발생 수치가 더 높았다. 특히 (응급)제왕절개, 신생아 저혈당증,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상승했다.

그룹2가 임신성 당뇨도 비만도 없었던 그룹1과 비교해 부작용 발생 수치가 전반적으로 비슷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이를 통해 당뇨 수치를 잘 관리한 산모는 비만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 일반 산모만큼 안전한 출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미국 산부인과학회, 영국 지침 등은 '모든 임신부는 임신 중 하루에 적어도 30분 정도, 중등도 강도의 신체 활동을 할 것'을 권장한다. 오수영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임신 후 신체 활동을 적게 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많이 누워지내는 게 조산을 예방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 국내 연구 결과를 통해 '비만 임신부에 대한 체중 관리 중요성'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개별 건강 상태에 따른 '맞춤 관리'를 통해 임신부들이 안전하게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근호에 실렸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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