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비, 반도핑 규정 위반으로 18개월 투어 출전 정지

올해 호주오픈에서 젠슨 브룩스비

작년 세계 33위에 올랐던 젠슨 브룩스비(미국, 세계 301위)가 반도핑 규정 위반으로 국제테니스청렴기구(International Tennis Integrity Agency, 이하 ITIA)로부터 1년 6개월의 투어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브룩스비는 ITIA가 테니스 선수의 도핑 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소재지정보 프로그램(Whereabouts Programme)에 따라 12개월 동안 3번의 검사 불이행으로 이와 같은 처분을 받아 올해 7월 4일부터 2025년 1월 4일까지 투어에 뛰​​​​​지 못한다.

반도핑 규정 위반을 심판하는 재판소는 브룩스비의 검사 불이행에 대한 과실 정도가 높다고 판단했다.

브룩스비는 자신의 SNS를 통해 유감을 표했다. "테스트를 세번 받지 않아 18개월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다"고 말했다.

브룩스비는 처음과 세번째 검사 불이행은 인정했지만 2022년 6월 4일 시행된 두번째 테스트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브룩스비의 설명에 따르면 검사 하루 전 ATP(남자프로테니스협회)가 숙박을 제공해 주지 않아 피지오(물리치료사)의 이름으로 체크인한 방에서 묵었고 다음날 여권을 제출하며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어 달라는 요청과 함께 방 열쇠를 받았다.

검사 당일 관리관이 호텔에 찾아 왔고 호텔측은 아직 브룩스비가 체크인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관리관은 객실이 이미 사용 중인 것을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확인했지만 방으로 전화를 하여 확인하지 않았다. 관리관은 테스트 가능 시간 4분을 남겨두고 브룩스비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브룩스비는 무음으로 해두어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ITIA 재판소는 선수, 당시 도핑 관리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도핑 관리관이 적법하게 절차를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소재지정보 프로그램에 따르면 관리관은 선수가 제공한 정보를 사용하여 선수가 지정한 장소에서 선수를 찾을 수 없는 경우 60분 시간(선수가 지정한 검사 가능 시간)이 끝날 때 선수가 제공한 번호가 있을 경우 전화를 시도한다고 되어 있다. 관리관이 등록된 건물/구역에 접근할 수 있도록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지 확인하는 것 모두 선수의 책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브룩스비는 관리관이 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였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체크인이 되었는지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고 본인의 부주의로 전화도 받지 못했다.

처분을 받은 선수는 21일 이내에 스포츠 중재 재판소(the Court of Arbitratio for Sport, CAS)에 항소할 수 있는데 브룩스비는 그럴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부상으로 올해 호주오픈 이후 투어를 떠난 브룩스비는 출전 정지 처분으로 인해 부상을 회복하더라도 장기간 투어에 다시 나오지 못하게 됐다. 브룩스비는 적극적인 해명 의사를 밝히면서도 이 일이 자신의 책임임을 이해하고 더 배우고 성장해 돌아오겠다고 전했다.

한편, 소재지정보 프로그램 운영이 선수들에게 과도한 요구라는 주장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반도핑 규약이 요구하는 '국제 등록 테스트 풀(IRTP)'에 등록된 선수들이 하루 단위로 1년 동안의 소재지 정보를 모두 제공해야 한다. 포함된 선수는 1년 단위 정보뿐만 아니라 분기 별로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기간에 한해 거주지, 훈련지, 학교와 같이 정기적인 활동을 하는 곳 등의 주소를 제공해야 하며 테스트가 가능한 장소를 정해 하루 단위로 5시에서 23시 사이 1시간의 테스트 가능 시간을 명시해야 한다. 대회에서 조기에 탈락한 경우에도 남은 기간의 정보를 업데이트 해야 한다.

선수는 ADAMS(Anti-Doping Administration and Management System)를 사용해 온라인으로 직접 정보를 입력해야 하고 선수는 코치나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책임은 전적으로 선수 자신의 몫이다.

남여 세계 단식 톱100 선수들은 IRTP 리스트에 포함된다. 단식 선수 뿐만 아니라 복식 톱10 선수, 휠체어 톱10 선수들도 포함되어 있다. 포함되지 않은 선수도 정보 제공 의무만 없을 뿐 경기 기간 외 테스트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정보 제출을 불이행하거나 검사를 불이행할 경우를 모두 포함해 12개월 동안 3번 미준수할 경우 반도핑 규정 위반(ADRV)으로 처벌 받는다. 첫 위반시에는 1~2년 사이의 출전 정지, 두번째 위반할 경우 4년 동안 출전이 정지된다. 브룩스비의 경우 제출 의무는 모두 이행했지만 검사 불이행 3번으로 처분을 받았다.

ITIA는 테스트 가능 시간을 설정해 경기 기간 외 도핑 검사를 사전 통보 없이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선수들이 하루 단위로 소재지 정보를 제공하고 대회를 뛰지 않는 기간 동안 매일 1시간의 테스트 가능 시간을 지켜야한다는 점에서 사생활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어 보인다.

작년 ATP 코리아오픈에 출전했던 젠슨 브룩스비

글= 박상욱 기자(swpark22@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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