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 승패 가르는 ‘수비’…포스트시즌 ‘실책주의보’
실책 하나에 승패가 갈리는 ‘살얼음판’ 포스트시즌이 펼쳐지고 있다. 어느 팀이든 단기전에서 작은 변수라도 만들지 않으려면, 단단한 수비가 필수다. 3경기를 치른 ‘가을 잔치’에서도 벌써 실책 때문에 울고 웃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9일 창원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에 9-14로 패배한 두산도 예상치 못한 실책 하나에 발목을 잡혔다. 3회까지 3-0으로 앞서가던 두산은 4회말 선발 투수 곽빈이 서호철(4점)과 김형준(1점)에게 연속 홈런을 내주면서 3-5로 순식간에 역전을 당했다. 두산은 직후 공격에서 양의지의 적시타 등으로 동점을 만들어 간신히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두산은 그러나 5회말 수비에서 피안타 하나 없이 NC에 리드를 내줬는데, 그 시작점이 실책이었다.
NC 선두 타자 제이슨 마틴이 친 오른쪽 외야 방면 뜬공을 우익수 김태근과 2루수 강승호가 서로 잡으려다 놓쳐버렸다. 공식 기록은 강승호의 포구 실책이다. 찝찝함을 안고 이닝을 출발한 두산 이영하는 후속 서호철 타석에서 폭투를 저질러 점수를 잃고 말았다. 균형의 추가 무너진 다소 허무한 순간이었다.
SSG도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NC와 치른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당시 SSG는 2-4로 뒤진 5회초 치명적인 실책 2개를 연달아 범했다. 선발 투수 김광현이 3이닝 만에 4실점하고 내려간 탓에 배턴을 이어받은 문승원의 안정적인 투구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상황. 문승원이 첫 타자 권희동에게 3루수 방면 내야 땅볼을 유도했지만, 타구를 잘 잡은 최정이 부정확한 송구를 한 탓에 타자 주자가 1루에서 세이프됐다.
끝이 아니었다. 문승원은 조급함을 느낀 듯 후속 타자 서호철의 희생 번트 타구를 한 번에 잡지 못하는 포구 실책을 범하며 무사 1·2루에 몰렸다. 문승원은 이어서 나온 김형준의 희생 번트가 병살타로 연결돼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지만, 불필요한 실책 때문에 경기를 그르칠 뻔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경기 뒤 최정의 실책에 대해 “소극적인 플레이였다면 아쉬움이 남을 텐데 적극적으로 하려다가 나온 것이기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추슬렀다.
눈에 띄는 실책은 없지만, NC도 와일드카드 결정전 8회초 야수 실책으로 두산에 점수를 내준 기억이 있다. 강인권 NC 감독은 수비 안정화를 위한 교체에도 적극적인데, SSG와 준PO 2차전 당시에는 다소 이른 5회말 수비에서 도태훈을 오영수 대신 1루수로 투입하기도 했다. 강 감독은 이에 대해 “실책으로 상대에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기 위한 수비 보강 차원의 교체였다”고 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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