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년만에 북한주민 접촉 승인 ‘0’…남북 교류 더 옥죄는 통일부
올 9·10월 승인 없어···2017년 4월 이후 처음
남북관계 악화에 교류·협력 더 규제하는 정부
“상황 엄중할수록 민간 교류로 대치 타개해야”
정부가 지난 두 달간 남한 국민의 북한 주민 ‘사전접촉 신고’를 승인(수리)한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25일 나타났다. 6년여 전인 2017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며 남북 교류·협력이 위축되는 현실을 상징한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통일부에서 받은 2008년 1월~올해 10월(전날 기준) 북한 주민 사전접촉 신고 현황 자료를 보면 통일부는 이달 접수한 접촉 신고 3건 모두 불승인했다. 지난달 신고된 3건 모두 승인한 사례는 없었다. 3건 중 2건은 불승인했고 1건은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이다. 승인 건수가 전혀 없는 기록은 2017년 4월 이후 6년여 만이다.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북한 주민과 접촉하려는 남한 국민은 접촉 대상자의 인적사항과 접촉 목적, 경위, 예정 일시 및 장소, 방법 등을 기재한 신고서를 접촉 6일 전까지 통일부에 제출해야 한다. 통일부는 이를 토대로 접촉을 승인할지 판단한다. 사후 신고 대상이 아닌데 통일부 승인 없이 북한 주민을 접촉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북한 주민 사전접촉 신고 제도는 정부 승인을 거치지만 사실상 신고제 성격으로 운영돼왔다. 통일부는 남북 상호 교류·협력을 촉진한다는 법 취지에 따라 신고를 대부분 승인해왔다. 200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승인율을 보면 2016년과 올해를 제외하고 매년 90~99%에 달했다.
사전접촉 신고 승인율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에도 96.4%(110건 중 106건)였지만 올해 62.6%로 급감했다. 특히 지난 7월 28.6%(14건 중 4건), 8월 10.0%(10건 중 1건)로 폭락하더니 9~10월은 0%에 이르렀다.
남북 간 군사 대립이 격화하며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현실이 반영됐다. 남북 당국의 대화는 역대 최장기간 중단 상태이며 그나마 남은 소통 창구였던 남북 통신연락선마저 지난 4월 끊겼다. 통일부는 신고 미승인이 증가한 이유에 대한 김 의원실 질의에 “북한 주민 접촉신고 수리 및 거부는 남북관계 상황, 교류·협력 수요, 북한의 태도 등에 따라 시기별로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억제·압박 위주의 대북 적대시 기조를 취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사전접촉 신고 승인 기준을 더욱 엄격히 해석하는 상황도 작용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 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승인율이 급감한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역할 변화를 지시했다.
올해 사전접촉 신고 승인율은 과거 남북 관계가 극도로 악화했을 때와 비교해봐도 낮다.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하고 연평도를 포격한 2010년에는 신고 건수가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승인율은 97.3%였고 이듬해 89.5%로 감소한 정도였다. 다만 북한이 4·5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2016년은 28.3%(53건 중 15건)에 불과했고 그해 8개월 간 승인 건수가 0건이었다.
지난달부터 매달 사전접촉 신고 건수가 각각 3건에 그치며 민간의 접촉 시도 자체가 위축되는 양상이다. 통일부는 남북 교류·협력의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운다며 규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민간단체들은 사전접촉 신고 제도를 사실상 승인제로 운영해 접촉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상희 의원은 “남북 간 상황이 엄중할수록 민간의 활발한 남북 교류를 통해 대치 국면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며 “통일부가 남북 간 정세에 따라 남북교류협력법을 더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교류·협력 신고제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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