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복 “영수는 없다”···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 거부
과반 의석 제1야당과의 협치 외면하는 대통령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5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에 대해 “영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3자 회동에 대해서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국정기조 변화의 가늠자로 협치가 지목됐지만 윤 대통령은 여전히 이 대표와 만날 뜻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수석은 이날 국민의힘 여의도당사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영수회담에 대해 “누누이 말했지만 영수는 없다”면서 “대통령이 여당 총재일 때는 영수회담이 가능하다. 대통령은 지금 당원(일 뿐이다)”고 말했다. 또 “(영수라는) 말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한다”며 “당 대표와 대통령 간의 만남이라고 순수하게 말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수석의 발언은 윤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여당의 총재가 아니기 때문에 영수회담이란 용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에둘러 영수회담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담 가능성을 묻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이 대표에) ‘나하고 먼저 만나자’고 다시 얘기하는 바람에 그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미 이 대표가 대통령이 빠진 여야 대표 만남을 거부한 상황에서 여야 대표 간 만남이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이는 최소한 여야 대표 회담이 있기 전에는 영수회담은 물론 이 대표가 제안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 회동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후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 안팎에서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 19일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고, 이 수석은 이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2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 대표에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튿날인 지난 23일 당무에 복귀하며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3자 회동을 역제안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보궐선거 뒤 소통을 강조해 온 윤 대통령 관점에서 국민께 그 진정성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며 “민주당이 제안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담 수용을 적극 건의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번도 이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 직선제로 당선된 역대 대통령들은 짧게는 취임 당일, 길게는 110일 만에 제 1야당 대표와 만났다. 대통령이 집권 1년 5개월이 넘도록 제1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는 국회 다수 의석을 보유한 제1 야당과의 협치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SNS에 “국민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목하는 대상은 한 사람이다”라며 윤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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