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동부, 유엔에 “손배 대부분 노조 폭력·파괴 때문” ···사실 왜곡 논란

김지환 기자 2023. 10. 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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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노동부 답변은 사실 왜곡”
강재영 노동부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실 사무관(가운데)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자유권 규약위원회 심의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유엔 동영상 갈무리

고용노동부가 국제연합(유엔·UN) 심의에서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대부분은 노조의 폭력·파괴행위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폭력·파괴행위가 손배 청구 원인 대부분이 아니기에 노동계에선 “사실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재영 노동부 국제협력관실 사무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자유권 규약위원회 심의에서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배 청구 질의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사무관은 “정당한 쟁의행위는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등 헌법 및 노조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고, 손배로 인한 근로자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급여 2분의 1 이상을 압류하는 걸 금지하는 제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노사가 법과 원칙 하에서 자율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1990년 자유권 규약을 비준했고 이후 정기적으로 심의를 받았다. 이번 심의는 2015년 4차 심의 이후 8년 만이다. 수석대표인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을 포함해 29명의 정부대표단이 지난 19~20일 심의에 참석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인권위 견해를 담은 독립보고서를 작성해 유엔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독립보고서에서 “노동자의 노조활동을 사유로 사용자가 거액의 손배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에게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초래하고 단결권을 비롯한 노동기본권의 행사를 저해할 수 있다”며 “따라서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과 입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19개 단체로 구성된 ‘유엔 자유권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도 지난달 유엔에 제출한 시민사회보고서에서 “합법파업 요건이 지나치게 좁다”고 적었다. 인권위·시민사회단체가 사용자의 손배·가압류 남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유엔에 전했기 때문에 심의 중 관련 질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손배 청구소송 대부분은 노조의 폭력·파괴행위 때문’이라는 노동부 답변은 사실과 다르다. 노동부는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기업·국가·제3자가 노조·간부·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 소송 및 가압류 사건을 분석한 내용을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노동부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판결 63건 중 노조의 폭력·파괴행위가 있었던 사례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업장(시설) 점거 과정에서 폭행·상해가 동반된 판결은 22건이었고, 집회·시위·농성이 손배 청구 원인이 된 판결 14건 중 일부 사례에서 폭력·파괴행위가 동반됐다. 노동계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노동부가 유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답변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25일 “‘손배 대부분이 불법행위 때문에 발생한다’고 답변하려던 것이었다. 그런데 여러 불법행위 예시 중 폭력·파괴만 언급하다보니 오해의 소지가 생겼다. 사실을 왜곡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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