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사태 이스라엘에도 책임”…유엔 사무총장 비판에 이스라엘 반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에는 이스라엘의 억압도 책임이 있다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이에 이스라엘 측은 구테흐스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물과 식량, 연료 공급을 중단하고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간인을 보호한다는 것은 결코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한다는 의미가 될 수 없다”고 하마스를 비판한 뒤 “100만명 넘는 사람들을 피난처도, 식량도, 약도, 연료도 없는 남쪽으로 이동하게 한 뒤 남쪽에 폭격을 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이스라엘을 지적했다.
이어 “하마스의 공격이 아무런 이유없는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은 56년간 숨막히는 점령에 시달려 왔다. 그들(팔레스타인인)은 자신들의 땅이 계속해서 파괴되고, 폭력으로 고통받고, 사람들이 쫓겨나고, 집이 부서지는 것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현재의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진 이유를 따져보면 팔레스타인을 억압해 온 이스라엘에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슬픔이 하마스의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동시에 하마스의 공격 때문에 팔레스타인 전체가 처벌받아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이스라엘 측의 격앙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구테흐스 총장의 발언은 테러주의와 살인을 이해한다는 표현으로, 유엔 수장이 그런 끔찍한 견해를 가진 것에 진심으로 통탄한다”고 밝히며 총장 사임을 요구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항의 표시로 구테흐스 총장과의 회담을 취소했고,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그를 “테러 옹호자”라고 맹비난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에르단 대사는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관계자들에게 비자 발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단 대사는 “이미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구호 담당 사무차장의 비자를 거부했다”며 “그들에게 교훈을 가르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총장의 이번 발언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대한 그의 발언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다. 구테흐스는 그동안 연료를 포함한 가자지구로의 제한 없는 구호물품 반입을 허용하라고 촉구해왔다. 여기에 가자지구 봉쇄를 대놓고 비판하는 발언이 더해지며 이스라엘의 민감한 부분을 건들인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총장의 발언이 유엔 수장으로서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이란 등 아랍 국가까지 모두 대표해야 한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판 수위가 높아진 것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연료 반입을 막으며 가자지구 주민들이 극심한 위기 상황에 처한 것과도 관련이 있어보인다.
이스라엘의 전면봉쇄로 연료가 바닥난 가자지구는 신생아와 중환자들이 있는 병동 운영이 곧 중단될 정도로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유엔난민구호기구는 내일(26일)까지 연료가 오지 않으면 구호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측은 인질들이 석방되기 전까지는 연료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연료를 군사작전에 사용하기 때문에 가자지구로의 연료 반입은 없다”고 못박았다.
24일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지난 하루 동안에만 7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일일 사망자 숫자 중 가장 높은 수치로 팔레스타인 당국은 가자지구에서만 최소 579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쪽 사망자도 1400명 가량으로 양쪽 사망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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