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전과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K-방산’…‘가장 빠른 추격자’가 되자

정충신 기자 2023. 10. 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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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성능의 무기를 개발하는 사람이 진짜 연구원”
방산수출 4대 강국에 진입 위해 자유롭고 창의적 연구환경·대우와 격려 필요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우리의 시스템은 인공지능(AI) 시대는커녕, 정보화 시대도 아닌 산업화 시대에 구축되었습니다(Our system was built for the industrial age, not the information age, let alone the age of AI)."

지난 8월 미국 한 학회의 국방 연구개발 및 획득체계 혁신관련 주제 발표에서 캐서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이 언급한 내용이다. 이 말은 전 세계 국방 분야의‘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왔고 이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던 미국 국방 연구개발 체계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제대로 수용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분야에서‘퍼스트 무버’가 된다는 것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며 나아가야 하기에,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에 부딪칠 수도 있고 때로는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으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기꺼이 감당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산 압박을 절감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처럼 국방 무기체계 전반에서‘퍼스트 무버’가 된다는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퍼스트 무버’로 연구하는 것 중에 과연 몇 개나 의미 있는 제품으로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선뜻 ‘예스’라는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미국은 최근 레이저 핵융합 기술을 선보였다. 그들은 70여년 동안 결과도 알 수 없는 이 연구에 끊임없이 예산을 투입해 최근에야 그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상용화 되려면 또 앞으로 몇 십 년의 예산을 투입해야 할지 알 수 없으며 최악의 경우 기술은 사장될 수도 있다. 그래도 미국은 패권국으로서 이러한 일들을 감당해 오고 있다.

지난 9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에서 ‘K-방산’ 기술력의 결정체인 국산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 L-SAM 장비가 기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쇼트트랙 경기에서 두각을 보이는 한국 선수들과 같이, 먼저 앞서 나간 이들의 실패를 건너뛰고 언제든 기회를 엿보아 앞지를 수 있는‘패스티스트 팔로워(Fastest Follower·가장 빠른 추격자)’의 실력을 최대한 빨리 갖춰야 한다.

다행히 우리 민족은 유전자부터 세계 최고의 ‘패스티스트 팔로워’이다. 메모리 반도체 개발이 그 사례다. 토대는 미국과 일본이 쌓았지만 꽃은 한국에서 피지 않았는가? 어찌 보면‘퍼스트 무버’는 무모한 도전이고,‘패스티스트 팔로워’는 과감한 투자와 시간과 창의력을 통한 도전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투자와 창의적 연구로 재빠른 추월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도전과 실패의 과정이 위대한 투자로 용인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발명왕 에디슨은 만 번의 실패를 통해 전구를 개발했다. "나는 만 번의 실패를 한 것이 아니라 만 번의 불이 켜지지 않는 방법을 찾았을 뿐이다"라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 어찌 보면 연구개발이라는 것은 도전과 실패와 개선의 무한 반복 그 자체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통찰력을 얻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을 찾는 것이 바로 연구개발이다.

국방 연구개발은 적이나 주변의 위협세력보다 더 빨리 더 나은 무기를 개발하려는 고뇌와 인내의 과정이다. 우리는 그것을 "소리 없는 전쟁"이라 부르고 우리 스스로를 진짜 전쟁하는 군인이라 부른다.

북한보다 더 나은 무기를 더 빨리 만들고자 노력했던 연구원들의 헌신이 지금의 국방력의 초석이 되었고, ‘K-국방’이라는 아름다운 꽃으로 피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연구원들의 피와 땀과 많은 실패와 좌절이 함께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실패와 좌절이라는 디딤돌을 통해 지금의 ‘K-방산’이 태어난 것이다. 우리 선배들은 "비싼 무기로 성능을 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성능의 무기를 개발하는 사람이 진짜 연구원이다"라는 조언을 후배들에게 물려주었다. 오늘의 ‘K-방산’의 높은 가성비는 그렇게 태어났으며, 오늘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이제 많은 국민들은 ‘K-방산’이 방산수출 4대 강국에 진입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며, 천재적인 첨단 과학자들이 국방연구개발에 헌신해야 한다. 그들이 국방연구개발에 헌신할 수 있도록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또한 국가를 위한 헌신에 무한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대우와 격려가 필요하다. 현재 ‘K-방산’ 성공이 과거 50년의 성과물이라면, 앞으로의 성과는 지금 우리가 얼마나 진심으로 국방연구개발을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다.

정리=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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