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이래서 시사회 안했구나?[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2023. 10. 25. 16: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패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공식포스터, 사진제공|대원미디어



■편파적인 한줄평 : 거북하니까.

언론배급시사회를 안 한 이유를 알겠다. 호기로운 결정인 줄 알았더니, ‘꼼수’였다. 1938년 중일전쟁 이후 태평양 전쟁에 이르는 기간에, 엄마를 잃은 ‘마히토’가 신비한 왜가리를 만나 벌어지는 시공초월 판타지 재패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은 한국인이라면 더더욱 거북한 설정과 배경 탓에 몰입을 한껏 떨어뜨린다. 아, 역시 수입배급사엔 다 계획이 있었구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마히토’가 시공간 초월 세계에서 ‘히미’를 만나 새엄마 ‘나츠코’를 구하기 위한 여정이 그려진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현실과 이세계, 그리고 지옥과 극락 사이 다양한 판타지들을 그려넣는다.

재패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장면들, 사진제공|대원미디어



이례적으로 언론배급시사회 한 번 없이 25일 개봉한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압도적으로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애니메이션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특히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앞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큰 사랑을 받았던 덕분에, 그 다음 배턴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이어받을 것으로 예측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쿰쿰한 알맹이다. 찝찝한 뉘앙스를 끼얹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다르지 않았다. 일단 국내에선 거부감 드는 설정이 관람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1938년 일본이 중국을 침략해 벌어진 20세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쟁 ‘중일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일본의 과욕이나 잘못된 판단에 대한 표현은 배제한 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선량한 시민들의 이야기만을 담는다. 게다가 ‘마히토’의 아버지는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공장의 대표로 엄청난 부를 자랑하며 아들 교육에 힘쓰고, 그 재력을 자랑하기까지 한다. ‘전쟁’은 단순한 캐릭터 설정의 배경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마히토’의 꿋꿋한 의지를 강조하는 전제가 되기도 한다. 작품의 이런 역사관은 일본에게 아픈 역사를 지닌 국내 관객이 보기엔 큰 걸림돌이다.

게다가 새엄마인 ‘나츠코’의 신분도 국내 정서가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는 ‘마히토’와 ‘히미’가 ‘나츠코’를 구해내는 데에 아련한 감동을 만들어내려고 심어둔 장치로 활용되는데, 혈연과 촌수를 따지는 국내 관객에게는 이질감을 아주 크게 줄 수 있다. 오히려 감독이 의도한 감동 자체가 ‘바사삭’ 깨져버릴 수도 있다.

이쯤되니 속은 기분이다. 평단이나 언론의 평가 없이 개봉한 건 도전이 아닌, 개봉 적 혹평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고 읽힐 정도다. 물론 스튜디오 지브리 특유의 상상력은 반짝거리나, 그 알맹이에 대한 반감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다. 또 한 번 재패니메이션의 광풍을 기대했던 이라면 실망감이 아주 크겠다. 이날 개봉.

■고구마지수 : 3개

■수면제지수 : 2.5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