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력망 구축 지연···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 손실 10조원 넘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보낼 송배전망이 안 갖춰져서 최근 6년간 발생한 피해액이 10조원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전력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문턱을 높이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분산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연도별 재생에너지 전력계통 연계 현황’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2023년 8월 31일까지 총 4만8182메가와트(㎿)의 재생에너지 접속신청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62.8%(3만281㎿)만 송배전망에 접속 완료돼 상업 운전을 개시했다.
송배전망에 접속되지 않은 비율은 37.2%(1만7901㎿)에 달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췄음에도 송배전을 못해서 발전사업자 10명 중 약 4명은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사업자는 평균 17개월 접속이 지연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송배전망 접속지연으로 발전사업자가 10조5577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재생에너지 접속지연에 따른 피해액 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접속지연에 따른 전력판매수익 피해액은 태양광 일 평균 가동 시간(3.6시간) 기준으로 발전량을 구한 뒤, 2018~2023년 8월까지 전력도매가격 평균가격에 접속지연 기간을 곱해 추산했다. 접속 지연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피해액도 같은 산식을 통해 계산했다.
이는 접속지연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부담하는 기회비용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은 전력시장에 판매하는 전력도매가격과 발전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REC로 나뉜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소비자에게 보내려면 우선, 한전의 송배전망과 연결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전력망 상당수가 화력·원자력 등 대용량 발전기 생산 전력을 중심으로 구축돼 태양광·풍력과 같은 소규모 분산 전원을 문제없이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배전선로나 변전소·변압기 등의 장치가 보강돼야 한다. 이 때문에 태양광 등 발전 시설이 몰리면 송배전 설비의 접속 용량이 부족해 전력망 연결이 지연되는 현상을 초래한다.
재생에너지를 적기에 수용하기 위한 전력망 구축이 필요하지만 급격히 불어난 부채로 한전의 투자 여력은 낮아졌다. 실제 매년 투자 수요가 늘어남에도 지난해 한전의 송·배전 설비 투자 규모(6013억원)는 2019년(6231억)보다 오히려 줄었다.
이에 정부는 전력망을 보강하는 대신, 거꾸로 소규모 태양광의 문턱을 높여 발전을 억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 보장을 위해 20년간 고정으로 가격 계약을 맺는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 제도(한국형 FIT) 종료가 대표적이다.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의무 비율(RPS)도 낮췄다.
근본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지역별 ‘분산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분산 에너지는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해 막대한 송배전망 건설이 필요하지 않은 장점이 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정부·여당이 한전 적자 원인으로 재생에너지의 접속을 지목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마치 나쁜 사람으로 몰아갔다”며 “과거의 중앙집중식 발전방식을 벗어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분산에너지 체계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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