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자취 감춘 쓰레기통, 첨단 기술로 ‘귀환’

박용하 기자 2023. 10. 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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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여년간 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길거리 쓰레기통을 철거해온 일본이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와 정보기술(IT) 발달을 계기로 쓰레기통을 다시 늘리고 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오사카의 도톤보리 상인회는 올가을 400m 가량 이어지는 중심가 일부 지점에 쓰레기통을 새로 설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다른 관광지인 군마현 시부카와시의 이카호 온천 지역 역시 이미 지난 3월 길거리 쓰레기통을 늘린 바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는 지난 30여년간 거리의 쓰레기통을 줄여온 일본의 전반적인 흐름과 대조되는 것이다. 거리에 쓰레기통이 있으면 일일이 수거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들고, 쓰레기가 넘쳐나기라도 하면 추가적인 투기를 조장하는 심리적 효과가 있어 일본은 그간 쓰레기통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유료로 버리는 가정용 쓰레기와의 형평성 문제와 테러에 이용될 가능성, 감염병 확산의 위험성 역시 쓰레기통 철거를 더 가속화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된 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자 쓰레기통 철거는 논란이 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설문조사에서 거리에 쓰레기통이 적게 비치된 점을 ‘관광시의 불편사항’ 등으로 거론했기 때문이다. 관광지 근처 거리에 먹다 남은 음식물이나 음료 용기를 투척하는 사례도 빈발했다. 미즈타니 사토시 오사카 공립대 교수는 “관광객이 늘어나며 쓰레기통을 두지 않으려는 기존의 방식이 한계에 닿은 것은 아닐까한다”고 지적했다.

관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IT 기술의 발전도 쓰레기통 재설치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IoT(사물인터넷) 쓰레기통은 내용물을 최대 6분의 1로 압축할 수 있고, 용량이 가득차면 관리자에 알리는 기능을 마련했다. 테러의 위험성이 있을 때 투입구를 닫을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쓰레기통 설치로 새로 발생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시설 외부에 광고를 게재하는 방안, 스마트폰과 연동해 쓰레기통 이용객에게 임의의 ‘협력금’을 받는 방안도 일본에선 시도되고 있다.

거리의 쓰레기통 부족과 관련된 문제는 최근 한국에서도 제기됐다. 서울시는 길거리의 공용 쓰레기통을 2019년 6940개에서 지난해 4956개로 크게 줄였으며, 이에 따라 시민과 관광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쓰레기통이 없으니 정류장 인근 벤치에 쓰레기를 투척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비판이 일자 서울시는 지난 12일 “공용 쓰레기통을 현재의 4800개 수준에서 오는 2025년 7500개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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