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14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의학의 발달과 식생활의 개선으로 인해 기대수명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아동돌봄과 노인돌봄의 기능을 담당하던 조부모와 함께 3대가 모여 살던 전통적 대가족 형태가 붕괴되면서 노인 인구는 이제 스스로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물론 퇴직 후 노후준비가 된 노년층도 있지만, 노후준비가 되지 않아 경제활동이 필요한 노년층의 규모는 상당하다. 2023년 5월 기준 국내 65세 이상 79세 이하 취업자 수는 324만명으로, 22년 같은 달에 비해 23만명 이상 늘어난 규모이다. 이러한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경제활동을 통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노년층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소득을 기준으로 환산 한 OECD 노인빈곤률 평균은 약 13%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43.4%로 나타나고 있다. 노년층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우리나라의 노인빈곤률은 세계적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자신의 생계를 부양해야 하는 빈곤에 시달리는 노년층을 위한 노인일자리를 위해 정부에서는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노인복지법 제23조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의 사회적 참여확대나 취업의 활성화를 위해 노인적합직종을 개발하고 노인취업알선 등을 통해 지원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일하기를 희망하는 노인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노인에게 소득창출 및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정부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는 이유는 노인들이 일을 통한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소득보충을 통해 사회적으로 노인들의 정신적, 신체적 문제를 예방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의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발표를 보면 노인 취업자 3명 중 1명은 단순노무종사자로 대부분의 노인인구는 30년 이상 일해 온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계절이나 환경 요인 등으로 고용 불안이 발생하는 단기적이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속해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나 노인단체가 실시하는 공공일자리 사업은 경제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노년층에게는 매우 중요한 수입원으로 이런 공공일자리를 갖기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에게 충분한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고 노인 고독사와 빈곤문제를 해결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노인과 청장년과의 대화가 통하지 않고, 갈등이 있을 것이며, 신체능력의 하락으로 특별히 생산성 있는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우려 때문에 노인들이 경력을 살려 안정적인 일자리에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법원행정처의 발표에 의하면 60대 이상 노년층의 파산비율은 전체 접수 건수 대비 40%에 육박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60대가 취직 못한 자녀 뒷바라지에 구순 부모 봉양까지 떠맡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속 빠른 고령화로 인해, 향후 노인 파산 비중은 더욱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은퇴로 인해 소득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60대보다 70대 이상의 파산 인구의 증가세가 더 가팔랐다. 이는 2018년에 비해 2022년에 55.6%가 증가한 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2023년 기준 950만명이며,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며 2040년에는 139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20년에 이미 기획재정부가 노인일자리 사업예산으로 1조2000억을 편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노인 파산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은 현재 노인일자리 관련 정책의 방향이 대폭 수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초고령 사회의 진입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상황에서 복지성격의 노인일자리 사업보다는 이들이 경력을 살려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용측면에서의 노인일자리정책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노인친화적 직종과 일자리를 발굴하고, 노년층이 경력을 살려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고용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심지현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학과 교수 shimx01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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