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 열풍에 안 만들 순 없고... 비싼 황토 대신 바닷가 모래로

서대현 기자(sdh@mk.co.kr) 2023. 10. 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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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열악한 지자체 조성 엄두 못내
울산 동구, 해수욕장 ‘젖은 모래’ 홍보
포항, 기존 도시숲길 산책로로 활용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주민들이 맨발로 산책을 하고 있다. <자료=울산 동구청>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백사장이 맨발 걷기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울산 동구청이 반색하고 있다. 맨발 걷기 열풍 속에 지자체 마다 수억원을 들여 맨발 산책로를 조성하는 가운데 큰돈 안들이고 산책로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동구청은 맨발 걷기에는 젖은 모래가 좋다는 속설을 적극 알리면서 백사장에 세족장을 설치하고, 해체된 동구청 씨름단 훈련장에 있는 고급 모래를 백사장에 보충하는 선에서 맨발 산책로 조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국에서 맨발 산책로 조성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자체는 속앓이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처럼 맨발 걷기에 좋다는 황토로 산책로를 만들고 싶지만 조성과 관리 비용이 부담스러운 탓이다.

울산 동구는 재정자립도가 18.6%(2022년 기준)로 울산 5개 구·군 중 두 번째로 낮다. 예산을 절약해 황토로 맨발 산책로를 조성한다 해도 매년 1억원 안팎의 관리 비용까지 생각했을 때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남구청은 지난 7월 길이 1㎞, 너비 1.5m 규모의 황토 맨발 산책로를 조성했으나 이용 주민이 급증하고 황토가 훼손돼 3개월 만에 재확장해 개통했다. 길이를 500m 늘이고 너비를 3m로 확장하는 데 4800만원이 들었다. 울산시가 태화강국가정원에 조성하는 길이 1㎞ 너비 2m 황토 맨발 산책로 예산은 3억5000만원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대전 계족산 황토 맨발길처럼 기업이 조성과 관리비를 책임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황토로 맨발 산책로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데 수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일산해수욕장은 고마운 공간”이라고 말했다.

걷기 좋은 도시로 유명한 경북 포항시는 황토를 깔아 새로 맨발 산책로를 조성하는 대신 시민들이 많이 찾는 기존 도시숲길과 수변공간을 맨발 산책로로 활용하고 있다. 포항은 송도솔밭과 송도해수욕장 등 맨발로 걷기 좋은 길 30곳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민 요구에 따라 맨발 산책로 일부 구간에 황토를 깔기는 했지만 전체 구간을 황토로 조성한 곳은 없다”며 “황토로 산책로를 조성하면 관리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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