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마르형 하논분화구 복원 안한다…제주도, 새정책 검토
2012년부터 복원사업 ‘표류’
토지 매입에만 수천억원 투입 부담
내년 ‘현명한 이용을 위한 용역’ 실시
국내 최대 규모의 마르형 화산 분화구인 제주 서귀포시 하논 분화구 복원사업이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내년 예산에 1억원을 편성해 ‘하논 분화구 보전 및 현명한 이용을 위한 용역’을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제주도는 당초 하논분화구 토지를 매입해 원형 복원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용역을 통해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하논분화구를 이용할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논 분화구는 서귀포시 호근동과 서홍동 일대에 걸쳐 형성된 동서 1.8km, 남북 1.3km, 면적 126만6000㎡ 크기의 타원형 화산체다. 하논 분화구는 용암이나 화산재 분출 없이 지하의 가스가 지각의 틈을 따라 한군데로 모여 폭발하면서 형성된 마르형 분화구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분화구가 지표보다 낮아 퇴적층이 형성되고, 물이 고이는게 특징이다.
때문에 하논 분화구 바닥에는 5만년전 생성 이후 기후변화 등의 정보가 담긴 꽃가루와 나뭇잎, 흙 등이 고스란히 퇴적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논분화구를 생물과 기후 변천 과정이 담긴 ‘생태계 타임캡슐’로 부르는 이유다.
하논 분화구 복원사업은 지질·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2년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발의돼 공식 채택됐다. 하논 분화구는 현재 제주에서 유일하게 벼농사를 짓는 논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농사 짓기 이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화구 호수로 복원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제주도지사를 지낸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하논분화구 보전·복원사업을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하논 분화구 부지의 90%가 사유지라는 점에서 토지매입을 기반으로 한 복원사업은 진척되지 못했다. 2017년 기준 토지 매입에만 최소 2600억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당시 제주도는 이 사업을 국비로 추진하려 했으나 정부는 장기검토사업으로 미뤘다. 하논 분화구 토지 소유주를 설득하는 것도 관건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하논분화구 복원사업은 그동안 토지를 모두 매입해 완벽하게 복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됐으나 천문학적 예산 투입과 토지주 반발과 동의 문제 등이 있다보니 장기간 표류했다”면서 “이번 용역을 통해 보존할 곳과 이용할 곳, 매입할 곳과 복원할 곳 등으로 분류하고 지역주민과 협업해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형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등의 적용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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