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신사협정 체결했지만…尹 시정연설·노란봉투법 표결 ‘첩첩산중’

박지영 기자 2023. 10. 25. 15: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당 원내대표, ‘피켓과 고성·야유’ 금지 구두 합의
상임위 파행, 본회의 양당 충돌 완화 전망
尹 시정연설·쟁점 법안 상정 등 ‘강대강 대치’ 상황 남아

여야가 국회에서 상대 당을 비방하는 도구로 사용된 피켓과 고성·야유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당장 이 신사협정의 시험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이 될 전망이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9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을 본회의에 올려 처리하겠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영방송 낙하산사장 결사반대' 손팻말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양당 원내대표는 여야가 본회의와 상임위원회의에서 피켓을 소지하거나 부착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본회의장에서 서로를 향한 고성이나 야유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들께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여야가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돼 있다는 모습 등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노력들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함께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성과 막말로 인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 “대통령 시정연설,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시에는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들이 별도 발언을 하지 않는 것에 여야가 합의했다”고 했다.

주로 상대 당을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피켓(손팻말)’은 상임위 파행 단골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국정감사 첫날이었던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민주당 의원들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을 내걸면서 신경전이 벌어져 파행했다. 지난 17일에도 KBS 신임 사장 선정 과정을 규탄하는 피켓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파행했다. 주로 한 당이 이런 정쟁을 유발하는 피켓을 내걸면, 상대 당은 이에 반발해 회의장에서 퇴장하며 회의가 파행되는 경우가 잦았다. 이런 피켓 사용이 사라지면 상임위가 지연되거나 파행되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또 본회의장에서 고성과 야유를 금지함에 따라 충돌이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6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각각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을 당시 상대 당 의원들은 큰 소리로 야유한 바 있다. 지난 9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상정·표결된 본회의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요청 이유 설명이 이어지기도 힘들 정도로 고성의 항의를 했고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목소리를 높이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여당 의원석에서는 이에 반발해 욕설을 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머그샷'을 공개하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스1

여야 갈등이 첨예해지며 국회가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이 많았던 만큼 양당은 이번 결정에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5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어제의 합의를 계기로 품격 있는 정치 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야당과 소통하며 정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문제의식은 전에도 계속 있었다”며 “원활한 의사진행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하고 해법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고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향후 여야 신사협정이 잘 이행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첫 시험대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이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25일 윤 대통령의 첫 예산안 시정연설은 민주당이 전원 불참, 보이콧을 하며 ‘반쪽짜리’ 시정연설이 됐다. 또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며 내각 총사퇴와 정부 예산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이번 합의가 구두 합의이기 때문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아울러 여야 쟁점 법안인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이 다음 달 9일 본회의에 올라갈 전망이라 여야 ‘강대강 대치’가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내달 9일 여야가 합의한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처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업체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방송3법은 정치권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내용이다. 두 법안 모두 정부·여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법으로, 국민의힘은 법안이 상정되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진행하겠다고 미리 예고한 바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