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박근형·박정자·김학철 충격 변신… 연극 포스터 눈길
“좋은 작품을 위해서라면…!”
87세 신구, 83세 박근형, 81세 박정자, 그리고 64세 김학철. 오는 12월 19일부터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에 오를 배우들이 연극을 위해 나이 체면 다 내려놓고 한껏 망가졌다. 제작사 파크컴퍼니는 25일 우리 연극을 대표하는 대배우 4인의 모습이 담긴 이 연극의 메인 포스터를 공개했다.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리는 ‘에스트라공(고고)’ 신구와 ‘블라디미르(디디)’ 박근형(83)은 잔뜩 헤어진 옷과 모자에 검댕이라도 묻은 듯 얼룩덜룩한 얼굴로 해맑게 웃고 있다. 목줄을 맨 짐꾼 ‘러키’ 역의 박정자는 주인의 난폭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축처럼 애처로운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러키를 노예처럼 부리는 지주 ‘포조’ 역의 김학철은 깔끔하게 차려 입고 뭔가 못마땅한 듯 정면을 노려본다.
제작사는 “포스터 촬영에 들어가자마자 배우들 각자 작품 속 장면의 대사를 읊으며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해 현장 스태프들은 그저 감탄 뿐이었다”고 했다. 합계 나이 315세, 연기 경력 합산 228년의 배우들도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면 늘 첫사랑을 만난 듯 설레인다.
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공연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사뮈엘 베케트(1906~1989)의 영원한 고전. 실존하는지조차 불분명한 ‘고도’라는 인물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두 방랑자의 대화로 이뤄진 연극이다. 인류사의 참극이었던 2차 대전 뒤 프랑스를 중심으로 등장했던 ‘부조리극’의 대명사와 같은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1969년 임영웅 연출로 처음 소개된 극단 산울림의 공연이 유명하다. 약 1500회 무대에 올라 관객 22만명과 만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새 프로덕션의 연출은 뮤지컬 ‘레드북’과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연극 ‘러브레터’ 등을 연출했으며 직전 ‘라스트 세션’ 공연에서 신구 배우와 함께 했던 중견 연출가 오경택이 맡았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12월 19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고령의 대배우들은 내년 2월 18일까지 두 달간 원 캐스트로 거의 매일 무대에 오른다. 오늘(25일) 오전부터 국립극장과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1차 예매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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