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따라한 8살 꼬마가 'WS행 승리투수' 됐다! 애리조나 7차전 극적 역전승, 22년 만의 우승 도전 [NLCS]

김동윤 기자 2023. 10. 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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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애리조나 선수단이 2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에서 승리한 직후 기뻐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애리조나의 케빈 긴켈이 25일(한국시간) 7차전에서 8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애리조나 선수들이 25일(한국시간) 승리한 직후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BK' 김병현(전 애리조나)을 따라하던 8살 꼬마가 훌쩍 자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수가 됐다. 그리고 22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짓는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애리조나는 2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7차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4-2 역전승을 거뒀다.

투·타 모두에서 필라델피아를 압도했다. 루키 브랜든 팟이 선발 투수로 나서 4이닝 4피안타(1홈런) 2볼넷 7탈삼진 2실점의 안정적인 피칭으로 팀에 리드를 안겼다. '신인왕 후보' 코빈 캐롤은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타격과 주루 플레이에서 존재감을 보이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9명의 선발 타자는 총 11안타로 어린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막판 불펜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김병현을 우상으로 생각했다는 라이언 톰슨은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셋업맨 케빈 긴켈은 중심 타선에 3연속 삼진을 뽑아내며 애리조나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날도 2루타로 포스트시즌 연속 안타 행진을 '16경기'로 늘린 케텔 마르테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만 타율 0.387을 기록하며 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이로써 애리조나는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창단 두 번째 우승을 노린다. 애리조나의 마지막 월드시리즈는 김병현이 마무리로 활약하던 2001년으로 랜디 존슨-커트 실링 원투펀치 활약에 힘입어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2년 전만 해도 110패의 꼴찌팀이었으나, 리빌딩에 빠르게 성공하고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성공했다. MLB.com에 따르면 100패 시즌 후 가장 빠르게 월드시리즈에 도달한 6번째 팀이 됐다. 전날(24일)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텍사스가 2년 만에 100패 후 월드시리즈에 도달한 5번째 팀이었는데 같은 해에 두 팀이 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애리조나는 득점 마진 마이너스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최초의 내셔널리그 팀이 됐다.

필라델피아는 구단 프랜차이즈 140년 역사상 첫 포스트시즌 7차전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정규시즌 90승 72패로 와일드카드 1위를 받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필라델피아는 마이애미 말린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차례로 꺾고 2009년 우승 후 14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렸다.

선발 투수는 올해 포스트시즌 3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64를 마크해 가을 에이스로 떠오른 레인저 수아레즈였다. 하지만 수아레즈가 4⅔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3실점으로 무너지면서 필라델피아의 계획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던 타선도 5안타에 머물면서 힘을 보태지 못했다.
10월 25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필라델피아 필리스 선발 라인업
원정팀 애리조나는 케텔 마르테(2루수)-코빈 캐롤(중견수)-가브리엘 모레노(포수)-크리스티안 워커(1루수)-토미 팸(우익수)-라우데스 구리엘 주니어(좌익수)-에반 롱고리아(지명타자)-에마뉴엘 리베라(3루수)-헤라르도 페르도모(유격수)로 타선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올해 포스트시즌 3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 중이던 우완 브랜든 팟.
홈팀 필라델피아는 카일 슈와버(지명타자)-트레이 터너(유격수)-브라이스 하퍼(1루수)-알렉 봄(3루수)-브라이언 스탓(2루수)-J.T.리얼무토(포수)-닉 카스테야노스(우익수)-브랜든 마쉬(좌익수)-조쉬 로하스(중견수)로 타순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올해 포스트시즌 3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64를 마크한 좌완 레인저 수아레즈.
'차근차근 점수 뽑은 방울뱀' 불펜이 단단하게 지켰다... 애리조나, 김병현 시절 이후 2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
애리조나의 크리스티안 워커가 7차전 1회초 안타를 때리고 있다./AFPBBNews=뉴스1
필라델피아의 알렉 봄이 7차전 2회말 동점 솔로포를 날린 뒤 1루로 나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애리조나의 브랜든 팟이 25일(한국시간) 7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선취점은 애리조나의 몫이었다. 1회초 1사에서 캐롤과 모레노가 연속 안타로 1, 3루를 만들었고 워커가 몸쪽 공을 강하게 때려 3루수 방면으로 느린 타구를 생산했다. 필라델피아 3루수 봄이 2루 커버를 들어온 스탓에게 던지고 스탓이 1루로 다시 송구해 병살을 시도했으나, 워커가 빠른 발로 1루 세이프 판정을 받으면서 3루 주자의 득점이 인정됐다.

아쉽게 병살을 놓쳤던 봄은 2회말 동점 솔로포로 1-1 균형을 맞췄다. 몸쪽 높게 들어오는 팟의 초구 직구를 통타해 좌중간 담장을 크게 넘겼다. 역전에도 성공한 필라델피아다. 4회말 1사 1루에서 스탓은 좌중간 담장을 맞히는 큼지막한 2루타로 봄을 단숨에 홈까지 불러들였다. 하지만 애리조나 선발 팟은 흔들리지 않고 2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실점 없이 마무리했고, 이는 역전의 발판이 됐다. 팟의 최종 성적은 4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2실점.

애리조나는 차근차근 한 점씩 따라잡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팀 도루 관련 새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팀답게 발로 만든 점수가 돋보였다. 5회초 선두타자 리베라가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페르도모가 희생 번트로 2루로 보냈다. 캐롤이 다시 한 번 중전 안타로 2-2 동점을 만들었고, 자신은 2루 도루에 성공하며 계속해 득점권 찬스를 이어갔다.

모레노의 좌전 적시타 때 캐롤이 홈을 밟으며 애리조나가 3-2 역전에 성공했으나, 1루수 하퍼가 우익수의 홈 송구를 중간에서 잘라 2루로 향하던 모레노를 잡아 이닝을 끝낸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애리조나의 코빈 캐롤이 7차전에서 외야로 공을 보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애리조나의 케텔 마르케가 7회초 우전 2루타를 때려내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애리조나의 라이언 톰슨이 25일(한국시간) 7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애리조나의 투수 운용도 돋보였다. 5회말 슈와버가 2루타로 출루하자 조 맨티플라이에게 터너와 하퍼의 타석만 맡긴 뒤 톰슨과 교체했다. 타격감이 좋던 봄은 독특한 사이드암 투구의 톰슨을 상대로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2루수 뜬 공으로 물러났다. 톰슨은 한 이닝을 더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7회초 애리조나는 페르도모의 안타, 마르테의 우전 2루타로 1사 2, 3루를 만든 뒤 캐롤의 1타점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 더 달아나면서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경기 후반에는 셋업맨 긴켈의 활약이 압도적이었다. 앤드루 살프랭크가 7회말 등판해 마쉬를 삼진으로 잡은 후 크리스티안 파셰와 슈와버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고 위기에 몰리자, 긴켈이 구원 등판했다.

긴켈은 터너와 하퍼를 외야 뜬공으로 잡아 7회를 정리한 데 이어 8회에는 봄-스탓-리얼무토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3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해 애리조나의 기세는 극에 달했다.

9회말 마무리 폴 시월드도 삼자범퇴로 경기를 매조지면서 애리조나는 적지에서 22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애리조나의 폴 시월드(가운데)가 25일(한국시간) 7차전에서 세이브를 거둔 직후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애리조나의 내셔널리그 우승을 알리는 그래픽. /사진=MLB.com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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