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조용히 열린 故이건희 3주기 추도식…사회 곳곳에 남은 'KH유산'
이건희 컬렉션부터 의료공헌까지…사회공헌으로 남은 흔적들
신경영으로 ‘세계의 삼성’ 만든 KH…외환위기 속에서도 성장
[수원=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3주기 추도식이 25일 경기도 수원 이목동에 위치한 선영에서 조용히 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관장,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등 가족들을 비롯해 전·현직 경영진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날 오전 10시58분쯤 이재용 회장과 홍 전 관장은 검은색 승용차를 함께 타고 선영에 들어갔다.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한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전 6시30분쯤 전세기를 이용해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뒤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부진 사장도 검은색 승용차를 따로 타고 뒤따랐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이보다 약 10분 일찍 선영에 도착했다. 유족들은 대체로 검은색 혹은 어두운색의 옷을 입고 조용히 이건희 선대회장을 기렸다. 이들은 약 30분간 선영에 머물다 11시30분쯤 빠져나갔다.
오전에 방문한 현직 사장단을 비롯해 오후에 선영을 찾은 고문단 30여명과 삼성 사장급 이상 임원을 지냈던 전직 임원들 모임 ‘성대회’ 40여명 등 총 150명이 이 선대회장을 기렸다. 외부 추모객의 방문은 제한됐다.
예술·의료 아낌없는 지원…사회환원으로 남은 흔적들
이 선대회장은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약 6년 5개월간 투병하다 2020년 10월25일 새벽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유족들은 이듬해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아온 문화재와 미술품 등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문화유산 보존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강조해온 이 선대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유족들은 이 선대회장의 ‘문화 공헌’ 철학을 계승해 사회환원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미술을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 운영에 200만달러를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8월에는 광화문 월대 복원을 위해 용인 호암미술관에 소장하던 서수상(상상 속의 신비로운 동물)을 정부에 기증했다.
외형 성장에는 1993년 ‘삼성 신경영’을 선언한 이 선대회장의 결단이 주효했다. 이 선대회장은 당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 사장단과 임직원 200여명을 불러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 변화를 주문했다.
양에서 질적 경영으로 체질을 바꾸는 등 이 선대회장의 결단에 삼성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때도 성장을 이어갔다.
김응열 (keynew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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