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비토에 탈당까지… 與 ‘통합형 인선’ 초반 난항
이준석 “신당 창당 가능성? 배제하지 않아”… 유승민, 12월쯤 거취 결정
전문가들 “통합 상징하는 인사들의 불신 드러난 것… 출범까지 수일 더 걸릴지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통합’을 중심으로 당 쇄신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통합을 위한 인재 영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른바 비윤계·비주류 인사들이 혁신위원 제의를 거절하거나 혁신위를 비판하고 탈당하는 행보로 혁신위 인선에 제동을 걸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통합’ 기조로 인선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통합’을 상징하는 비윤계·비주류 인사 영입이 초반에 어려워진 모양새다. 혁신위 안에서 통합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로만 소구될 뿐, 당 쇄신을 위한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오는 26일까지 혁신위를 출범하겠다는 목표다.
통합형 인선 적신호의 시발점은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의 혁신위원 제의 거절에서부터였다. 천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받은 인 위원장의 제의를 거절한 것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시간벌기용 허수아비 혁신위원은 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며 “김 대표에게 ‘사퇴하라’고 할 정도의 혁신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혁신위가 그리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인 위원장의 통합 제스처 자체의 진정성을 의심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당 쇄신에 대한 실망감이 탈당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정바세) 대표는 이날 탈당을 선언했다. ‘인요한 혁신위’가 꾸려진 지 이틀 만이다.
신 대표는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혁신위에 대해 “혁신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제 관점에서는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인 교수님의 첫 일성을 들어보니 제가 가진 문제의식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으로 확인했다. 예를 들면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데 개혁하면서 또 통합하겠다고 하니, ‘아이스 핫초코’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신 대표는 인 위원장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을 인용한 것에 대해서는 “마누라와 자식을 지키는 그 자세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윤 대통령을 비롯해 당 지도부 모두가 본인 스스로 변화하고 희생할 각오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김기현 지도부 체제 2기는) 산소호흡기를 붙여놓은 상태”라며 “혁신위원장이 할 게 없으면 나오는 말이 특권 내려놓기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끝났다고 보면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승민 전 의원이 12월쯤 국민의힘을 떠날지 결정하겠다고 한 발언과 관련, 신당 창당을 놓고 “준비하고 있진 않지만, 배제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추후 당이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혁신위원장이 추진하는 ‘통합형 인선’은 결국 비윤계·비주류 인사들이 갖는 이미지만 소비하겠다는 것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본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윤계나 비주류 인사들의 세력이 당내에서 그리 크지 않은 편이고, 실제 정치 팬덤이 어떤 지형으로 형성돼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이준석·유승민으로 대표되는 비윤계 인사들이 본인들의 지명도와 인지도로 김기현 지도부 체제 2기에서 띄운 혁신위를 파괴력으로 승부하고자 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이들의 행보는 혁신위가 진짜 당 쇄신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신뢰가 전혀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들러리에 불과한 혁신위원으로 혁신위에 들어가서 본인의 이미지를 이용만 하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혁신위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발판이 되는 상황인 만큼, 인 위원장은 본인이 중요하게 본 가치인 ‘통합’에 맞춰 또 다른 인사들을 찾아 나설 것”이라며 “예상한 시간보다 혁신위 출범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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