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통 멘 소방관 101층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21분 3초'
방화복 부문 1등은 충북 동부소방서 윤바울…대회 2연패
대회 아닌 전국 소방관 축제 분위기…작년보다 규모 늘어
[부산=뉴시스]원동화 기자 = 대한민국 소방관이 20㎏ 산소통(공기호흡기)을 메고 101층 높이 건물 계단 2372개를 오르는데 21분 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25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LCT) 랜드마크 건물에서 열린 2023 전국소방공무원 계단오르기 대회에 참여한 소방관의 거친 숨소리가 101층 계단 곳곳에 들렸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이었지만 참여한 소방관들은 전원 완주에 성공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가 개최한 '2023 전국소방공무원 해운대 엘시티 계단오르기 대회'는 경쟁부문(방화복, 간소복, 4인 계주)과 비경쟁 부문으로 나눠서 진행됐다. 엘시티는 총 높이가 411.6m, 101층 규모다. 계단만 2372개에 이른다. 서울 롯데타워(555m·123층)에 이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이날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전국 소방관들이 부산에 집결했다. 가족들의 응원을 받기 위해서 아이 3명과 부인이 함께 동행한 소방관들도 있었으며, 남자·여자 친구와 함께 참가하는 소방관도 눈에 띄었다. 대회가 아닌 축제 분위기였다.
895명이 참가한 이날 대회는 전원이 완주했다. 방화복 부문 1위는 충북 청주동부소방서 윤바울 소방관이었다. 그는 작년 대회에 이어서 2연패라는 기록도 달성했다. 기록은 21분 3초로 작년 23분 48초보다 무려 2분 45초나 빨랐다.
윤 소방관은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1등을 목표로 준비를 했다"며 "평소에 운동을 지속해서 해 왔고 이번 대회 약 한 달 전부터 술도 끊으면서 집중적으로 훈련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방화복 부문 최고령 참가자인 대구 중부소방서 서정관 소방경도 완주를 해 눈길을 끌었다.
간소복 분야 가장 빠른 기록은 15분 37초를 기록한 경기도 일산소방서 변정원 소방관이 1위를 차지했다.
포기 하고 싶었지만 '구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박지훈 경북 북부소방서 소방관은 "70층이 보일 때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며 "그렇지만 이게 실제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게 되고, 그러니까 한 발 한 발 갈 수 있었고 그냥 버텼다"고 이야기했다.
임성률 인천 검단소방서 소방관은 "구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 층 한 층 올라간 것 같다"며 "솔직히 매 순간이 위기였고 포기하고 싶었는데, 내가 이걸 이겨 내야 구조할 수 있다는 생각,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면 더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응원을 받은 소방관도 눈에 띄었다. 결승점을 통과한 후 부인과 자녀가 뛰어와 안아주기도 했다.
임명수 인천 남동소방서 소방관은 "1층에서 가족들의 응원을 받고 올라왔는데, 결승점에 가족들이 보여서 너무 힘들어서 꿈을 꿨나 싶었다"며 "근데 진짜 가족들이었고 완주한 것도 기뻤지만 가족들과 함께 뛴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임 소방관 부인 서정임 씨는 "솔직히 남편이 소방관이라고 하지만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을 보니까 마음이 찡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며 "아이와 함께 왔는데, 아빠를 너무 자랑스러워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곳곳에는 여성 소방관도 눈에 띄었다. 여성 소방관도 똑같이 20㎏ 산소통을 메고 계단을 올랐다.
권이슬 경남 마산소방서 소방관은 "현재는 구조대에 있어서 방화복을 입는 것이 오랜만인데, 남자친구와 함께 대회에 신청을 했다"며 "계단을 올라오면서 너무 힘들었는데, 남자친구가 진짜 힘들게 일하는구나 느끼면서 계단을 올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한민국에서 초고층 빌딩이 가장 많은 부산
초고층 빌딩에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 사다리차로는 접근이 불가능해 소방관이 직접 화재 현장까지 계단을 통해 진입을 해야 한다.
김만수 부산소방재난본부 홍보팀장은 "소방관의 체력이 초고층 화재의 최고 진압 장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평소에 운동이나 체력관리를 소방관들이 많이 한다"며 "초고층 빌딩이 부산에 많은 만큼 대회 겸 훈련을 통해서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작년보다 더 많이 참여 신청을 해 늦게 신청한 소방관은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바닷가가 있는 만큼 수영을 한 후 계단을 오르는 '아쿠아슬론' 혹은 마라톤과 계단 오르기를 함께 하는 '수직 마라톤' 등으로 확장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팀장은 "올해 대회는 작년에 참여했던 소방관들이 입소문을 내서 소방서, 소방관끼리 자존심을 건 대회가 됐다"며 "엘시티 측과 협조를 통해서 올해 규모를 늘린 만큼, 앞으로 대회 확대와 관련해선 조금 더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h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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