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대중이 한 사람을 공인하게 될 때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장기간 적지 않은 사랑을 받았던 비결은 백종원의 ‘화’다. 처한 상황의 악순환에서 비롯된 좌절감이나 패배 의식 혹은 타성에 빠져 허우적대는 식당 주인을 대차게 혼내는 장면들이, 예상치 못하게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심지어 백종원에게 혼나보고 싶다는 이들까지 속출했으니 말 다 한 셈.
어른에게도 혼을 내줄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 더 이상의 어른이 없는 순간을 맞이했고 겉으로 보기에도 어엿한 어른의 모양새를 하고 있으나 실은 아직 완연한 어른이 되진 못했다는 속내를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어른’이라 불리는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던 결핍이 제대로 포착된 결과이지 않을까.
요식업의 대부이자 성공한 경영인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방송에서 했을 뿐인데 대중에게 더없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멘토로 승급되었다. 얼핏 기이한 현상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경기는 침체하고 취업할 곳은 줄어들어 자영업자가 급등했으나 그만큼 성공은 희귀해진 오늘, 자영업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요식업에서 성공을 하다못해 현재 ‘글로벌’ 외식기업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존재 자체로 상서로울 수밖에.
게다가 이 상서로운 존재가 자신이 쌓아온 노하우를 나눠주기까지 하는 데 단순한 성공 비법을 넘어 삶의 근본적인 자세를 바로 하게끔 돕는 방향이다. 알려준 대로 하면 누구나 다 성공하는 비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비법은 없을뿐더러 있다 해도 효과는 일시적이다. 만약 알려준 게 이러한 종류였다면 ‘백종원’은 일순간 대대적인 인기를 누렸을 지라도 지금처럼 깊고 짙은 신뢰를 얻진 못했을 테다.
인식이나 태도의 개선 없이 받아 드는 성공은 패망의 시작점이 되기도 하니까. 그러다 보니 하루가 멀다고 백종원은 혼을 내고, 식당 주인은 혼이 나는 상황이 반복되었는데 백종원의 인기는 그에 비례하여 높아졌다. 따지고 보면 그가 혼만 내는 것도 아니었다. 어려운 변화의 과정에 대차게 돌입하여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이들에게는 매출을 뛰게 할 새로운 메뉴를 제안하는 등, 아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렇게 그의 몇 마디 조언 혹은 분노가 낳는 성과를 목도한 대중에게, ‘백종원’의 말이라면 무조건 신봉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당연지사. 여기에 미담 몇 개만 추가되면, 그가 사회규범이나 그간 보여온 도덕성에 반하는 잘못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절대 무너지지 않을, 더할 나위 없는 상태가 될 터였다. 그 미담이 요식업과 상관없을수록 더욱 좋고.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미담 몇 개가, 적절한 타이밍에 발생했다.
백종원의 유튜브 채널 ‘백종원 시장이 되다’ 편 28회에 강아지 한 마리가 등장했다. 성은 ‘백’, 이름은 ‘술이’로 통칭 ‘백술이’, 백종원이 양조장을 만들기 위해 매입한 폐건물에서 발견되어 덩달아 구조받아, 하루아침에 백종원의 반려견이 된 강아지다. 한껏 밝아진 모습으로 회사 곳곳을 누비는 백술이의 모습과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상태라는 말을 듣고 자신이 책임질 것을 밝히는 백종원의 태도는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미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충남 금산구의 어느 식당에서 사업 관련하여 식사 자리를 가지던 백종원은 한 식당 직원이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하고선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덕분에 해당 직원은 자칫 위급할 수 있었던 상황을 벗어나 무사히 119에 인계되었고 이 소식은 널리 전해져 사람들로 하여금 백종원은 식당이나 골목시장만 살리는 게 아니라 사람도, 심지어 강아지까지 살린다며 그의 됨됨이에 다시 한번 탄복하게 했다.
이제 게임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의 무게는 무어라 말할 필요도 없이 중하고, 유기견을 구조하는 것 또한 반려동물 1,500만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 더없이 위중한 사안이다. 게다가 생명의 가치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기까지 하니, 더없이 완벽한 형태의 미담을 갖춘 것이다. 백종원이 지닌 공인으로서의 위치가 더욱 단단히 정립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논란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 최근에도 백종원은 자신의 유튜브에 태국 요리 관련 영상을 올렸다가 재미로 던진 말과 행동이 곡해되어 전달되면서 사과의 글을 올리게 된 해프닝을 겪었다. 물론 논란은 곧 잦아들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그에게 가지고 있는 신뢰 자체가 이미 상당히 두터워진 상태여서 그리 타격이 없었다 하는 게 옳겠다.
오히려 바로 해명하고 사과의 뜻을 전한 태도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쯤 되면 백종원은, 아티스트도 정치인도 아닌, 어쩌면 일반인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한 인물이 대중에게 크나큰 영향력을 가진 ‘공인’으로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떠한 요소들이 작용하며 밟아야 할 과정은 무엇인지 등을 제대로 보여준 모범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동일한 목표를 가진 이가 있다면 그의 발자취를 따라 보기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유튜브 백종원 PAIK JONG WON]
백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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