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한 장으로 첫날 30만… 미야자키 하야오, 또 한 번의 마법 [리뷰]
포스터 한 장만으로 ‘첫날 관객 30만명’을 동원한 영화가 탄생했다. 일본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복귀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국내에서 25일 개봉했다. 시사회도 없고, 인터뷰나 광고도 없이 작품성과 명성만으로 승부를 본 ‘무(無)마케팅’ 영화다. 그럼에도 예매율(극장 총 예매수 중 해당 영화 점유율) 68%에 관객수 30만5000명(25일 정오 기준)을 동원하면서 극장가를 장악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476만명), ‘스즈메의 문단속’(555만명) 등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유독 강세를 보인 2023년 한국 영화시장에서 늦가을 다시 일본 애니메이션 돌풍이 가능할까.
새 저택 주변엔 왠지 불길한 왜가리 한 마리가 호수 주변을 맴돈다. 마히토는 왜가리를 사냥하려 직접 활을 만들지만 그날따라 왜가리는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때, 소년은 새어머니 나츠코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마히토는 나츠코를 구하기 위해, 왜가리 녀석의 안내를 받아 그녀가 사라졌다는 숲속의 탑으로 들어간다. “여러 세계에 걸쳐 있는” 신비로운 탑. 그곳에서 마히토는 나츠코를 구할 수 있을까.
수상한 터널을 지나 인간에게 금지된 세계의 문을 열며 벌어지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녀 저주로 할머니가 된 소피가 거대한 마법의 성에 들어가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낙향한 주인공이 신비로운 생명체인 토토로를 만나는 ‘이웃집 토토로’와 맥락이 같다. 파시즘에 병든 인간들의 끝도 없는 전쟁(‘붉은 돼지’), 일상의 인간에겐 보이지 않는 전설의 성(‘천공의 성 라퓨타’) 등의 소재도 감독의 전작을 상기시킨다.
투병생활로 오래 누워지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 공습으로 인해 살던 집이 전소돼 거주지를 옮겨야 했던 유년의 위기, 반전주의자이면서도 전쟁 특수로 떼돈을 벌었던 기술자 아버지와의 대립 등 감독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다.
작품의 영문 제목은 ‘The boy and the heron’으로 왜가리(heron)와 소년 마히토의 관계에 좀 더 집중된 느낌이다. 앞니부터 어금니까지, 사람의 치아를 가지고 인간의 말을 하는 영화 속 왜가리는 마히토에게 적대적 대상이지만, 결국 왜가리는 마히토를 이계로 안내하는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계모 나츠코와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끊임없이 등장하는 낯설고도 새로운 존재들과의 충돌과 성장은 ‘세상은 혼자만의 관점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주제의식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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