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업부, 태양광 전력 못 판 사업자들 소송 걸자 산하 기관에 책임 떠넘겼다

나주예 2023. 10. 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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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제한 위법"…태양광발전소, 정부 상대 소송
산업부 "주무 관청일 뿐 관련성 전혀 없어"
전남 영광군 태양광 발전소.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 지역 태양광 발전시설에 전력 공급을 줄이게 한 '출력 제어' 조치가 부당하다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낸 효력정지 행정처분 소송에서 피고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부가 출력 제어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는 출력 제어의 근거로 삼은 전기사업법의 담당 부처인데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산업부의 준비 서면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피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력 수급의 안정과 전력 산업의 경쟁 촉진 등에 관한 기본적이고 종합적인 시책을 마련하는 정책 결정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출력 제어 자체에 대해 어떠한 의사를 표시하거나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면서 "원고들은 전기 사업을 관할하는 주무관청이라는 이유만으로 출력 제어와 직접 관련성이 전혀 없는 피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소를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광주지방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출력 제어는 전력거래소의 고유 사무"라며 "산업부 장관은 출력 제어 관련 구체적 행위를 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며 산하 기관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태양광 발전 사업자는 계통 운영자인 한국전력거래소와 송배전망 사업자인 한국전력으로부터 출력 제어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정부는 전력 수요가 적은 봄·가을철 전력 계통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제주·호남의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만들어지는 전력을 대상으로 공급을 줄였다. 태양광 발전소가 호남·제주 등에 몰리면서 발전량이 필요한 양보다 많아 블랙아웃(대정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다. 출력 제어의 법적 근거로 제시되는 전기사업법 제45조(전력계통의 운영방법) 1항에는 '전기사업자 등에게 전력 계통 운영을 위해 전력 시장에서 결정된 우선순위에 따라 필요한 지시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권한·법적 근거가 쟁점…운영 문제? 정책 허점?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전력계통 운영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산업부가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산하기관인 한전과 전력거래소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은 "출력 제어 계획을 세우고 전기위원회에 보고하는 건 산업부에서 이뤄진다"며 "현장에서 지시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해도 소송과 관계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출력 제어 정책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게 소송의 취지"라며 "계통 정책을 맡은 산업부에서 스스로 책임을 줄이려는 주장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올 3월 24일 '봄철 전력수급 특별대책'을 발표하며 직접 출력 제어 조치 시행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산업부는 "정부는 4월 1일부터 호남·경남지역 태양광 설비를 대상으로 출력 제어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 계통 운영과 관련된 세부 사항은 전력거래소가 결정한 것이지 주무 부처가 세부사항을 정해둔 게 아니다"라며 "정책 결정의 최종 책임자는 산업부가 맞지만 (소송은) 산업부를 상대로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그동안 이뤄진 출력 제어 조치가 구체적 사유나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지면서 전력을 생산하지 못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 지역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 횟수는 2018년 15회에서 2022년 132회로 급증했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은 "출력 제한은 발전사업자 전력 판매를 정지시키는 공권력 행사"라며 "출력 제어로 인해 발전사업자가 입는 손실을 보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에너지원도 같이 출력 제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만 보상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부는 전력수급 불균형을 이유로 봄철 태양광 발전 출력 제어를 예고·추진했으면서 소송을 당하자 발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손실에 책임지고 재생 에너지 보급을 위한 전력 공급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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