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종이컵 등 일회용품 규제 단속 유예되나…소상공인 간담회

이재영 2023. 10. 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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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단체 한목소리 "계도기간 연장"…환경부 "소상공인 부담 완화"
'일회용컵 보증금제 지역별 시행' 요구도…정책 후퇴 거듭 비판 예상
편의점 일회용 비닐 봉지 판매, 식당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 작년 11월 24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식당 일회용 종이컵'과 '편의점 일회용 봉지' 사용 금지 조처 계도기간 연장을 검토 중인 환경부가 25일 소상공인 단체를 만나 의견을 들었다.

이날 환경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전용교육장에서 연 일회용품 사용규제 관련 소상공인 간담회에는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 한국커피로스터연합,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참석했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일회용품 사용규제 계도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인력난을 이유로 식당 일회용 컵 사용 금제 조처를 철회하거나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자영업자 경영 여건을 들어 계도기간 연장을 주장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대부분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대신 생분해성 봉지를 사용하는 등 규제 이행 기반은 마련된 만큼 계도기간을 조금 더 연장하고 동시에 비닐봉지를 대체할 재사용 종량제 봉투를 편의점들이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휴게음식점중앙회의 경우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할지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도록 해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와 관련해 환경부는 '식당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등 일부 항목 계도기간 연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 결과를 알린 보도자료 제목도 '환경부와 중기부,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해 손 잡다'로 소상공인 쪽 의견을 수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환경부 관계자는 "경기나 지역 실정을 고려해 (일회용품) 규제를 유연하게 운영하면 규제가 정착하는 데 더 도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라면서 "규제를 없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유연성을 키우는 쪽으로 제도를 연착륙시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와 관련해 추가 간담회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지역별 시행도 검토 중이다.

현행 법규상으론 2025년 12월 2일 전에 전국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돼야 하는데 제도 시행 여부를 지자체가 정하게 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일회용품 규제는 작년 11월 24일 강화됐다.

구체적으로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과 제과점에서 일회용 봉지와 쇼핑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스틱(음료를 젓는 막대),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에서 일회용 우산 비닐, 체육시설에서 합성수지 응원 용품 사용과 음식점과 주점에서 일회용 봉지와 쇼핑백 무상제공이 추가로 금지됐다.

다만 1년간 계도기간이 설정돼 작년 추가 시행된 조처들에 대해서는 단속과 과태료 부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철회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이 연장되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게 바뀌면 현 정부 들어 일회용품 정책이 후퇴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법대로면 작년 6월 10일 전국에서 시행됐어야 하는데 소상공인 부담 등을 이유로 환경부가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시행을 6개월 미루고 시행 지역도 제주와 세종으로 축소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지역을 축소하면서 제도 적용 대상이 전국 커피전문점 0.3%에 불과해졌다.

현재 진행 중인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도 규제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규제를 시행하고 단속은 안 하니 규제가 안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올해 상반기 일회용품 규제 대상 업소 165만6천여곳 중 약 10만2천곳을 특별점검해보니 10%에 가까운 9천803곳이 규제를 위반했다.

일회용품 규제 완화는 여론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부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작년 10월 전국 만 15세 이상 69세 이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원순환 분야 정책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일회용품 사용량 절감이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97.7%,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응답자가 87.3%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환경부 일회용품 규제가 '생산을 막는 것'이 아닌 '소비를 막는 것'에 초점을 맞춰 국민 불편은 크고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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