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틱] 정보 실패…욤 키푸르 전쟁이 가르쳐 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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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9월 말 이집트-이스라엘 접경지대.
이 사태가 이스라엘의 완전한 정보 실패를 의미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는 듯하다.
사실 이스라엘의 50년 전 정보 실패는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보부서는 온갖 오정보들이 모이는 곳이며, 이를 걸러내지 않고 모든 경보에 허둥지둥 반응한다면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전쟁 수행조차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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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김영준ㅣ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1973년 9월 말 이집트-이스라엘 접경지대. 한 이스라엘군 대위가 장갑차를 타고 아침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의 임무는 예비군을 이끌고 이 지역을 방어하는 것이었다. 이런 최전방 경계가 예비군 몫이라는 것은 전쟁 가능성을 별로 크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사실 대위도 한달간 동원된 예비군으로, 본업은 철학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문득 그는 출입통제 지역에서 수상한 발자국을 발견했다. 연락받고 달려온 추적병들이 발자국을 살펴보았다. “이스라엘 군화입니다.”
대위는 만족하지 않았다. “내가 이집트군 정찰대원이라면 이런 군화를 신었을 거네.”
추적병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이 그 정도로 똑똑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닐 이유라도 있나?” (아브라함 라비노비치, ‘욤 키푸르 전쟁’, 플래닛미디어)
그때 후방의 이스라엘 국민에게 물어봤어도 대부분 추적병들 편을 들었을 것이다. 적들이 몇수 아래라는 관점은 정계와 군부엘리트들도 공유하고 있었으며, 대위처럼 이집트군 처지에서 생각한 이는 드물었다. 약 일주일 뒤 이집트와 시리아의 기습 침공으로 욤 키푸르 전쟁은 시작되었다. 양방향에서 허를 찔린 이스라엘은 국가멸망 위기까지 몰렸다가 결국 간신히 승리했다. 그러나 6일 전쟁(1967) 뒤 지배적이었던 낙관주의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온건파 정치세력의 장기적인 몰락의 시작이었다.
2023년 10월 현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유혈 기습을 감행하여 이 지역은 다시 전쟁에 돌입했다. 이 사태가 이스라엘의 완전한 정보 실패를 의미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50년 전의 정보 실패를 떠올렸을 것이다.
욤 키푸르 전쟁은 진주만 기습(1941)이나 바르바로사 작전(1941)과 함께 대표적인 정보 실패 사례로 거론된다. 사실 이스라엘의 50년 전 정보 실패는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전쟁 발발 2주 전 요르단 국왕은 극비리에 이스라엘을 방문, 이집트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알려주었다. 이집트 권력 핵심부의 정보원 역시 모사드에 같은 경고를 했다. 그러나 군 정보국은 이를 모두 무시했다. 점차 분명해진 이집트군의 이상 징후도 군 정보국은 ‘방어훈련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왜 그랬을까? 군 정보국 책임자 제이라 장군의 관점은 이러했다.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려면 장거리 전폭기와 스커드미사일이 필요하다. 소련이 그들에게 이를 제공할 때까지 이스라엘에 전쟁은 없다. 차기 참모총장 후보로 떠오르던 제이라는 바보가 아니었다. 정보부서의 역할은 국가를 진정시키는 거라는, 뒷날 조롱거리가 된 그의 지론 역시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 정보부서는 온갖 오정보들이 모이는 곳이며, 이를 걸러내지 않고 모든 경보에 허둥지둥 반응한다면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전쟁 수행조차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정보들은 언제나 모순적이므로 헤매지 않으려면 올바른 판별 기준이 필요했다. 불행히도 이 경우 ‘올바른 기준’이란 질 게 뻔한 전쟁을 이집트가 시작하지 않을 거라는 그의 확신을 뜻했다.
결정적인 정보가 있어도 언제나 자신의 관점을 앞세운 인간적 실패가 이 사태의 본질이다. 그러나 이런 요약은 또 다른 착시일 것 같다. 결정적인 정보라는 건 사실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중에 되짚어볼 때만 존재한다. 제이라는 계속 기다렸을 것이다. 자신을 납득시킬 결정적인 정보를. 정작 자신이 알아볼 리 없는 어떤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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