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서술형 2편]평가 민원으로 '교권침해' 우려도…관건은 신뢰 확보
[EBS 뉴스12]
단순 지식 위주의 객관식 평가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 현장에 논서술형 평가가 도입된 지도 18년이 됐는데요.
미래 교육을 위해서는 꼭 가야 할 길이지만, 공정성 논란이 해묵은 과제입니다.
특히 평가와 관련한 시비와 민원을 교사가 감당해야 하는 구조여서, 학교 현장에 안착이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진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온라인에 마련된 학부모 커뮤니티.
자녀가 학교에서 억울하게 감점을 받았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나와있습니다.
2명 이상의 전문가 의견을 받고, 시험 2주 안으로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작성하라고 제안합니다.
학부모 사이에서 대응 매뉴얼이 떠돌 정도로, 논·서술형 평가에 대한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부담은 고스란히 교사의 몫이어서, 출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고등학교 교사로 구성된 한 평가 연구회에선 "형태만 서술형일 뿐, 주어진 조건에 대한 적용 유무로 채점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26년 차 고등학교 국어 교사
"평가에 대한 신뢰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고등학교에서 평가 자료가 대학 입시 자료로 곧바로 쓰이고 있거든요. 실제로 저희가 채점하면서 많이 힘들어하거든요. 서술형을. 서술형이라고 하지만 그냥 말 그대로 이제 답이 거의 정해져 있는 형태로 설계를 해요."
교육계에서는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면서, 논·서술형 비중을 늘리면 이런 식의 이의제기가 더 늘어날 거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내신이 5등급 체제로 바뀌면 1등급과 2등급 간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평가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성윤 교장 / 대구 중앙중학교
"(바뀐 5등급제에서는) 1등급에서 떨어진 학생은 2등급 초반부터 끝까지가 누적 34%까지 되기 때문에 경계선에 몰린 학생들은 민원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학생, 학부모는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교육부는 당장 내년부터, 고등학교 1곳당 평가 전문성이 높은 선도 교원을 한 명씩 배치해 연수를 실시하는 등 교사의 평가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도교육청과 함께, 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다양한 유형의 논·서술형 평가 문항을 개발하거나, 채점자 간 평가 일관성 유지를 돕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인터뷰: 김현섭 소장 / 수업디자인연구소
"논·서술형 평가 문항이 지식과 이해 수준보다는 적용, 분석, 종합, 평가, 창조 등 수준에 맞춰서 출제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논·서술형 평가 문항에 맞는 평가 유형에 대한 연구와 보급, 활용 그리고 검증이 필요하지 않나…."
암기 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논·서술형 평가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교사의 부담은 덜고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할 보완책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