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정치네컷] 넘어진 기자 일으킨 인요한, 국민의힘도 일으켜 세울까
◇A컷
넘어진 기자 일으킨 인요한, 국민의힘도 일으켜 세울까호남 출신, 특별귀화자 1호 인요한(미국명 존 린튼) 연세대 의대 교수가 국민의힘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인 교수를 혁신위원회(가칭 성찰과쇄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여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지 12일 만에 당 쇄신의 첫단추를 꿴 것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첫 일성은 "마누라·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였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는 위원회의 구성,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 기한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했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임명된 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혁신위원장 인선 수락 배경을 "통합"이라며 "사람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특히 당에 "듣고 변화하고 희생할 각오"를 촉구하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마누라·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격언을 강조했다. 내년 총선 '공천 룰'을 손질할지에 대해선 "제게 주어진 건 이론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으로 '변화' 의지를 드러낸 국민의힘의 승부수는 일단 '통했다'는 반응이 많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오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인 위원장 인선에 관해 "전혀 (정치와) 관련도 안 된 순수한 교수로 있다가 정치권에 혁신을 한다는 그 용기가 사실 대단하다"고 평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혁신 과정에서 기필코 김 대표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지 않겠나", "부인과 자식만 빼놓고 싹 바꾼단 말을 제대로 실천하면 뭔가 나올 것"이라며 "전혀 정치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니 자기 나름대로 자기 의견을 표출하고 언론을 통해 나오면 그 자체가 바로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민 전 의원도 24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인요한 혁신위에는 "비판할 생각 전혀 없다"며 "12월 말까지 국민의힘의 진정한 변화를 제가 기다려보겠다고 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혁신위원장이 제대로 해 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다만, 기대가 큰 만큼 인 위원장의 어깨도 상당히 무겁다.
김 전 위원장은 "과연 한국정치가 이렇게까지 타락을 했나, 한국정치의 한계를 보여주지 않았나"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인요한 카드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책임론을 무마하려는 김기현 지도부의 '면피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 역시 "문제는 윤 대통령의 그동안 민생 정책과 이념 여러 가지 국정 실패, 대통령이 잘못하는데 견제 못 하고 질질 끌려다닌 여당"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 해법을 내놓으면 혁신이 시작되는 거고 그 문제를 피해 가면서 다른 이상한 데를 건드리면서 혁신했다 그러면 진짜 혁신이 아니다"고 일침했다. 유 전 의원은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원장에 전권을 줬다고 그러는데 김 대표는 전권이 없다. 전권이 아니라 아무런 힘이 없다"며 "어떻게 보면 혁신위원장한테 전권을 줘야 할 사람은 최대 100% 당을 지배하고 있는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친이준석계인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MBC라디오에서 김은경 혁신위를 언급하며 "(인 위원장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누가 혁신위원장으로 오든지 굉장히 위험한 요소"라고 우려했다.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불려온 인 위원장은 1959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유년시절을 전남 순천에서 보냈다. 미국인 선교사로서 한국, 그중 호남에 정착한 외증조부 유진 벨(한국명 배유지)씨로부터 인 위원장까지 4대째 선교·교육·의료활동으로 한국에 헌신했다.
벨씨는 구한말·일제강점기 시절 선교·의료활동을 벌인 광주기독병원(옛 광주 제중원) 공동설립자이며, 조부인 윌리엄 린튼(한국명 인돈)씨는 국제사회에 3·1운동 지지를 호소했으며, 부친인 휴 린튼(한국명 인휴)은 6·25 전쟁 인천상륙작전에 미 해군 대위로 참전했다.
인 위원장은 대학 시절 5·18 시민군의 외신 영어 통역활동을 했고, 결핵퇴치와 최초의 '한국형 앰뷸런스' 개발 등 공로를 인정 받아 2005년 국민훈장 목련장이 수여됐다. 2012년 외국인 출신 특별귀화자 1호가 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수위에서 국민대통합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A컷
박수받으며 당무복귀한 이재명, "내각 총사퇴" 선전포고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무에 공식 복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각 총사퇴' 선전포고를 날렸다.
이 대표는 장기간 단식으로 인한 건강악화 이후 한 달 만인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무능과 폭력적 행태의 표상이 돼버린 내각을 총사퇴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또 "이번 제출된 정부 예산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여야 간 토론을 거쳐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특히 생존에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을 충분히 할 수 있게 전면적인 예산에 대한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 여당 대표, 야당 대표가 참여하는 여야정 3자 회동을 제안했다. 이 대표가 8번이나 제안했던 영수회담(대통령-야당 대표 회동)을 거부당하자 3자 회동으로 전환한 것이다.
권칠승 수석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 회복, 민생 챙기기를 위해 대통령과 여당 대표, 야당 대표 간 여·야·정 3자 회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권 대변인은 "민생이 굉장히 어려운 가운데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야당 무시가 굉장히 심했고, 정치가 실종돼 복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최근 민생, 정치 복원을 위해 나설 때라고 보는 게 민주당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한 것에는 "전면적으로 국정쇄신하는 각오로 민생을 챙기라는 강조의 의미"라며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민생을 더욱 살피겠다' '국민 뜻대로 하겠다' '반성한다'는 얘기들이 정부여당에서 많이 나왔다.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진정성 있게 정부 정책 집행 과정에서 나타나길 촉구하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정면승부를 걸었지만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은 시큰둥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막혀있는 국회, 어려운 민생을 진정 생각한다면, 복귀한 이 대표가 내일 당장이라도 (김기현 대표를) 만나자고 응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쉽다"며 "아직 이 대표와 민주당이 민생을 위해 형식, 조건 구애 없이 만나자는 국민의힘과 김기현 대표의 진정성을 받아들일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열린 마음으로 민주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순방 중인 대통령을 포함한 3자 회동이 먼저이어야 할 여유를 국민께서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반문하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드러냈다.
◇보너스컷
빈 살만 에스코트 받은 尹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만나 '깜짝' 단독 환담을 가졌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10분부터 23분간 빈 살만 왕세자와 단독 환담을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만남은 사전에 예정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윤 대통령의 사우디 마지막 일정인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포럼'에 참석하기 전 윤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영빈관을 전격 방문해 이뤄졌다.
환담을 마친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운전하는 차량 옆자리에 동승해 포럼이 열리는 리야드 킹 압둘아지즈 국제 컨퍼런스 센터로 이동했다. 숙소에서 행사장까지는 15분 가량 시간이 소요됐다.
빈 살만 왕세자는 또 윤 대통령과 포럼 행사장에 동반 입장했다. 윤 대통령이 연설과 대담을 하는 동안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한-사우디 간 43년만의 공동성명을 채택했고, 건설·인프라 분야에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자푸라2 가스 플랜트 패키지 사업(24억 달러·약 3조 2500억 원) 신규 수주, 네이버의 5개 대도시 관리용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사업 1억 달러(약 1350억 원) 계약을 맺는 등 플랜트, 수소, 전기차, 바이오, AI·로봇,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51건의 양해각서(MOU)·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 들어서 우리나라의 사우디 건설·인프라 사업 수주 실적은 누적 86억 달러(약 11조 6400억 원)로 늘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경쟁이 치열해진 중동 플랜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증명한 셈"이라며 "올해 사우디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은 총 86억 달러로 연간 누계 수주액 259억 달러(약 35조 600억 원)의 33%에 달하는 수치"라고 '정상외교'의 과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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