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횡령·배임 논란은 ‘이호진 회장 공백’ 중 전 경영진의 전횡”
경찰이 24일 수십억대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를 받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가운데 태광 측은 “전 경영진의 비위 행위”라고 이 전 회장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은 태광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경영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특별감사를 진행하는 중에 이뤄졌다.
태광그룹은 25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경찰이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이 전 회장 공백 기간에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였다는 것이 감사 결과로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횡령·배임 의혹 사건이 발생한 시기에는 이 전 회장이 수감 중이었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라며 “내부 감사를 철저히 진행해 전임 경영진의 비위 행위에 대해 즉각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태광은 지난 9월 인프라·레저 계열사 티시스에 대한 내부 감사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감사를 전 계열사로 확대한 바 있다. 티시스는 그룹의 건물, 부동산, 골프장 등을 관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룹 실세로 꼽히던 김기유 티시스 대표 겸 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을 해임했다.
김 전 대표는 이 전 회장이 검찰 수사 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그룹 경영기획실장 겸 경영협의회 의장으로 계열사 업무를 총괄해왔다고 태광 측은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내부 감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전 경영진의 전횡과 비위 행위가 이 전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으로 둔갑해 경찰에 제보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내부 감사에 이어 경찰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비위 행위의 주체와 내용이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자신의 잘못이 들통나자 공석이던 이 전 회장의 비위 문제로 덮어씌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전 회장은 앞서 검찰에 기소된 이후인 2012년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포함해 그룹 내 모든 법적 지위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두 달 만에 또다시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전날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 전 회장 자택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내 위치한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 용인시의 태광CC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태광그룹 임원의 허위 급여 지급·환수를 통한 비자금 조성, 태광CC의 골프연습장 공사비 8억6000만원 대납, 계열사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 규모를 조작해 회사자금 420억여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여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1년 구속기소 됐다. 이 전 회장은 간암 등 건강상 이유로 보석 석방된 후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황제 보석’ 논란이 일었다. 법원이 2018년 보석 취소 결정을 하면서 다시 수감된 이 전 회장은 이후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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