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웅 핍박에 가슴 먹먹"…이동순 시인 '내가 홍범도다' 출간

김경윤 2023. 10. 2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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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동순(73) 작가가 펴낸 신작 시집 '내가 홍범도다'에 실린 시의 한 부분이다.

그는 25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시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홍범도 장군을 향한 모질고 비천한 발언에 공분의 마음이 드세졌다. 격앙되고 격분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며 시를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시집을 발간한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다시 홍범도 장군의 정신과 독립운동의 혼을 온몸으로 호흡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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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 평전 쓴 작가…흉상철거 공방 울분 등 담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언제는 나라 구한 투사라고 / 서울에 구리 흉상 요란히 세우더니 / 오늘은 소련공산당이라며 / 마구 끌어내려 하네 (…) 내 어쩐지 / 오고 싶지 않더라니 / 갈라진 땅 마음 서로 쪼개진 곳에'(시 '홍범도 편지')

시집 '내가 홍범도다' 쓴 이동순(73) 작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동순(73) 작가는 25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시집 '내가 홍범도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25 heeva@yna.co.kr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동순(73) 작가가 펴낸 신작 시집 '내가 홍범도다'에 실린 시의 한 부분이다.

그는 25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시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홍범도 장군을 향한 모질고 비천한 발언에 공분의 마음이 드세졌다. 격앙되고 격분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며 시를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책에 실린 시 대부분은 홍범도 장군의 입장에서 오늘날의 우리들을 향해 일갈하거나 한탄하는 형식을 취했다.

'나는 철거되려고 오지 않았다',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게'와 같은 시구는 마치 홍범도 장군이 노시인의 입과 손을 빌려 최근 불거진 흉상 철거 논란에 대해 말하는 듯하다.

이 작가는 "무당이 공수한다는 표현이 있다. 접신해서 영혼의 말을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며 "시집의 1·2부는 최근에 집중적으로 공수하듯 써낸 것"이라고 말했다.

시집 '내가 홍범도다' [한길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이 시집은 단기간에 완성됐다. 책에 실린 50여편의 시 가운데 3분의 2는 지난달 초부터 써 내린 최신작이다.

집필 계기는 지난 8월 불거진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공방이다.

국방부와 정치권에서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이력을 문제 삼아 육사 내 흉상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는 정치적, 역사적 논쟁으로 이어졌다.

육사는 결국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6명의 독립영웅 흉상 중 홍범도 흉상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1980년대부터 홍범도 장군을 연구해 2003년 5부작 민족 서사시 '홍범도'를 펴냈고, 올봄에는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까지 쓴 이 작가는 마치 자기 육친이 핍박을 겪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이 같은 감정을 담아 9월 초부터 페이스북에 '홍범도 장군의 절규'를 시작으로 시를 한 편씩 올렸다.

페이스북에서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계정 활동 정지를 당하는 일도 벌어졌지만,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시가 널리 퍼졌다.

그는 "갑자기 페이스북에서 혐오스러운 표현이 있다며 게시물 삭제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후에 오히려 SNS 여기저기로 시가 공유됐다. 어림짐작으로 100만 회는 공유되면서 제가 삽시간에 유명 인사가 됐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시집은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에 맞춰 이날 출간됐다. 이 작가는 간담회에서 순국 80주기 제문을 낭독했고, 시집에 미처 실리지 못한 '홍범도 장군의 일갈'이라는 시도 소개했다.

이 작가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의 영웅이자 독립투사였던 홍범도 장군이 가장 환대받아야 할 고국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울분을 표했다.

2021년 유해가 봉환돼 대전현충원에 안장됐지만, 이처럼 푸대접할 바에야 원래 있던 카자흐스탄으로 돌려보내 드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그는 "장군의 일생은 고난의 일생이다. 즐겁고 행복한 시절은 거의 없었다"며 "(고국에) 돌아온 뒤에도 시련과 유린, 핍박을 겪는 것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고 피눈물이 난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홍범도 장군을 더 많이 알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시집을 발간한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다시 홍범도 장군의 정신과 독립운동의 혼을 온몸으로 호흡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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