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한국서 계정 공유 단속 나설까…변심한 OTT, ‘요금 인상’도 논란
실제 단속 여부가 핵심…이용자 수 영향에도 주목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글로벌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디즈니+)가 '계정 공유' 단속에 나선다. 디즈니+는 내달 1일부터 미국과 캐나다 등 국가에서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새로운 약관을 시행한다. 최근 한국 구독자들에게도 이메일을 보내 이용약관 변경을 공지한 만큼, 한국에서의 계정 공유 단속도 조만간 본격화될 전망이다.
같은 가구 구성원만 계정 공유 가능
디즈니+가 개정한 약관에 따르면, 한 가구에 속하지 않는 사람과는 계정을 공유할 수 없게 된다. 약관에서 '가구'는 '구독자의 주된 개인 거주지에 연동된 기기의 모음으로서 해당 거주지에 거주하는 개인이 사용하는 기기들'로 규정됐다. 계정 소유주의 가구 구성원이 아니라면 새로운 계정을 통해 멤버십을 구독해야 한다.
약관에 위배될 경우, 서비스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한하거나 종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서비스 이용의 제한과 관련된 금지 항목에도 '명시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방식으로 로그인 자격 증명 내지 계정을 제3자와 공유하는 행위'라는 조항이 추가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디즈니+는 최근 캐나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계정 공유 금지와 관련한 개정된 약관이 시행된다는 메일을 발송했다. 이를 시작으로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계정 공유를 금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디즈니+가 이달 초 한국 구독자들에게 보낸 메일에도 이 같은 내용의 개정 약관이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멤버십 유형이 허용되지 않는 한 구독 멤버십을 가구 외에 공유해서는 안 된다'는 약관에 따라, 추가 요금을 내고 계정을 공유하는 상품의 출시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즈니+가 계정 공유 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악화된 실적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잭스에쿼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 부문에서 5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봤다. 가입자 수도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한 1억4610만 명으로 나타났다. 올해 콘텐츠 제작 예산을 삭감하고 인력 감축을 진행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수단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OTT 업계의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은 확산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OTT 플랫폼들은 계정 공유를 사실상 허용하면서 이용자 유입을 꾀해왔다. "비밀번호 공유는 사랑"이라며 계정 공유를 장려했던 넷플릭스는 앞서 100여 개 국가에서 계정 공유를 금지하고, 가족이 아닌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려면 추가적인 비용을 내게끔 했다. 이런 '변심'에 일부 이용자들의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넷플릭스의 실적 성장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넷플릭스는 해당 정책을 시행한 국가들에서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계정 공유 금지 이후인 지난 2분기에 넷플릭스는 세계적으로 590만 명의 구독자를 추가로 확보했고, 3분기에도 870만 명이 넘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넷플릭스의 성공 방정식을 지켜본 디즈니+가 실적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본격화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익성 개선 위한 수단…"흥행 이후 변심" 비판도
핵심은 약관에 명시된 조항에 대한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지는지 여부다. 넷플릭스도 아직 한국에서 계정 공유를 단속하는 칼을 들이대진 않은 만큼,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계정 공유 단속이 내년쯤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계정 공유 플랫폼 등을 통해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는 사례가 많아, 실제로 단속이 이뤄질 경우 반발이 커지면서 이용자 이탈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계정 단속 방식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는 지난 8월 실적발표 당시 "계정 공유와 관련해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적인 능력을 이미 갖췄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즈니+의 약관 변경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며, 해당 약관이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기만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확인을 요청했다. 윤 의원 측에 따르면, 공정위는 변경된 약관이 시행될 경우 법 위반에 대해 검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디즈니+에 알렸다.
최근 디즈니+의 국내 일일 이용자 수(DAU)는 드라마 《무빙》의 인기에 힘입어 100만 명 이상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콘텐츠 흥행을 통해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표한 요금 인상안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디즈니+는 오는 1일 이후 신규 가입자에 대한 새로운 멤버십 유형 및 구독료 정책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기존 월 9900원의 단일 요금제를 디즈니+스탠다드(9900원)와 디즈니+프리미엄(1만3900원)으로 개편하는 것인데, 기존 요금제와 동일한 해상도와 접속 기기 수 등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4000원 비싼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해야 해 사실상의 요금 인상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디즈니+는 11월1일 이전에 가입한 경우 디즈니+프리미엄 요금제를 기존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인상 전 마지막 구독자 유입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구독료 할인 프로모션에 나선 것 역시 가입자 이탈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락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최근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등 OTT 플랫폼이 구독료를 올리면서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이용자 수가 정체되고 콘텐츠 제작비가 오르며 발생한 공통적인 현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8월 "최근 1년 새 OTT들의 광고 제외 구독료가 평균 25% 폭등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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