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매각 실패…랜드마크 내놔도 "금리 무서워서 못사요"

배규민 기자 2023. 10. 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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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오피스 덮친 고금리 파도①
[편집자주] 고금리는 주택 시장보다 상업용 부동산에 더 큰 치명타를 날렸다. 코로나19에도 활황이었던 오피스 빌딩 시장이 고금리 기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다. 한국의 오피스 빌딩 시장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대신증권 명동사옥 전경/사진제공=대신증권
#1. 지하철 2호선과 수인분당선 선릉역 초역세권에 있는 아남타워.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NH농협리츠운용이 선정됐지만 결국 지난달 매각이 불발됐다.

#2. 대신증권은 명동 본사 사옥 매각을 위해 이지스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이달 무산됐다고 공식화했다.

#3.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신분당선 강남역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서초강남빌딩. 지난 6월부터 매각을 추진했으나 지난달 매각을 철회했다.

고금리 여파로 빙하기를 맞은 오피스 시장이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 꽁꽁 얼었던 올 초보다는 매물량이 늘어나고 거래가 한두건씩 이뤄지는 등 사정이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서 매각 불발 사례가 잇따른다. 고금리 여파가 오피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소재 오피스 100억원 이상의 거래를 조사한 결과 거래 금액은 3조원을 소폭 상회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 환경이 안 좋았던 2020년 상반기 보다 저조하다.

자산운용사 임원은 "올 초에는 아예 매물도 없고, 거래도 딱 끊어질 정도로 빙하기였다"면서 "그나마 최근 매물이 나오고 입지에 따라 매수를 타진하는 수요도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고금리로 상황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통 오피스 빌딩 매수를 위해선 투자자 모집을 통해 자금 30~40%를 확보하고 나머지는 대출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대출이자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금융 비용이 증가했다. 이는 배당 수익 감소로 직결돼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대신증권 명동 사옥인 '대신343' 인수를 포기한 배경도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은 사옥 매각을 추진한 지 한 달 만인 지난 8월 이지스자산운용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두 달 만에 무산됐다.

삼성동 '골든타워'도 가장 높은 인수가를 써낸 대신자산신탁이 지난 7월 발을 뺀 후 지난 8월 마스턴투자운용과 인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마스턴투자운용은 현재 인수 자금을 모으고 있으나 역시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추진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남아있어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잠실역 인근에 위치한 타워730은 지난달 공개 입찰을 철회하고 수의 계약 형태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사옥이 필요한 기업을 직접 만나는 등 매각 성사율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서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기대 가격 차이도 거래 실패의 주된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금융권 부동산 IB 담당 임원은 "미국과 유럽과 달리 한국은 오피스 공급이 제한적이고 수요는 꾸준하다. 오피스 빌딩 시장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출 이자 비용 때문에 지금은 배당 수익이 너무 낮거나 없을 수도 있어 자금을 태우는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오피스 빌딩 매물도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에선 상반된 진단이 나온다. 일각에선 고금리 리스크로 지금이라도 팔고 나가야 한다는 판단에 매물이 쌓인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세계 최대 글로벌 사모펀드(PE) 블랙스톤이 '아크플레이스'를 매물로 내놓은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대형 회계법인 임원은 "블랙스톤은 미국과 유럽에 보유한 오피스 빌딩이 많다. 가격 하락 등을 경험하면서 오피스를 더 이상 안전한 자산으로 보지 않고 한국에서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역삼역 출구에 위치한 아크플레이스는 강남파이낸스센터빌딩, 센터필드 등과 함께 강남 랜드마크로 꼽힌다. 알짜 입지인 만큼 입찰에 나선 지 약 한 달 만에 코람코자산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반면 고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기대로 투자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빌딩은 단기간이 아니라 최소 7년~10년으로 길게 보고 투자한다"면서 "당장 몇 년은 금리 부담이 있겠지만 추후 금리가 내려가면 그만큼 배당수익이 늘어나고, 시간이 지나면 몸값이 높아지기 때문에 최근 수요가 살아나는 조짐이 나온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 빌딩 시장의 회복 열쇠는 금리"라면서 "금리 변화에 따라 시장은 빠르게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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