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혼란 사라지자…유럽 신흥국에 몰리는 투자 수요 [글로벌 ETF 트렌드]
글로벌 ETF 트렌드
유럽 신흥국으로 투자 수요 몰려
폴란드·그리스 ETF 수익률 20% 웃돌아
정치 혼란 제거되면서 반등 기대감 커져
올 들어 글로벌 투자 수요가 유럽 신흥국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정치권의 혼란이 종식되고 각국의 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해서다. 독일, 영국 등 서유럽 선진국의 경제가 위축되면서 대체재인 신흥국 투자 수요가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폴란드 ETF 수익률 19% ↑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유심히 보고 있는 곳은 폴란드다. 지난 16~20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중 '아이셰어즈 MSCI 폴란드 ETF(EPOL)가 가장 높은 수익률(4.3%)을 기록했다. EPOL은 폴란드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 종목에 50%를 투자하는 상품이다. 올 들어 19.36% 수익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투자자들이 폴란드를 주목하는 배경엔 정치적 안정성이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폴란드 하원 총선거에서 야권 연합이 승리하며 8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반(反) 유럽연합(EU)을 내세우며 2015년부터 집권한 민족주의 보수 연합이 패배한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EU와의 관계가 정상화하고, 이민 정책도 다시 활성화될 전망이다.
전 정부가 추진했던 포퓰리즘 정책이 폐지될 가능성이 커지자 폴란드 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 따르면 폴란드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0.3%, 0.5%씩 역성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면서 제조업이 위축된 탓이다.
올해 3분기부터 폴란드 경제가 다시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BRD는 지난달 올해 폴란드의 GDP 증가율이 0.6%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반기에 역성장했지만,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반등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천연가스 의존도를 대폭 낮췄으며, 에너지 집약도가 낮은 전기 장비 생산량이 늘어난 것을 근거로 꼽았다.
EU의 보조금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국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보조금 정책을 노린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같은 지역권에 생산설비를 동유럽 중심지인 폴란드에 구축하고 있어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폴란드 야보르시에 13억유로를 들여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다. 또 서유럽 선진국 IT업체들이 폴란드에 아웃소싱하는 규모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유럽 컨설팅업체 라이언 스트래티직 자문사의 수석 애널리스트 피터 라이언은 "서유럽 IT업체들이 아웃소싱 허브로 폴란드를 선택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IT 서비스를 비롯해 독일어, 영어 등 다국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문제아'에서 개혁 롤 모델로
폴란드와 더불어 그리스 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X MSCI 그리스 ETF(GREK)'의 수익률도 지난 한 주간 1.36%를 기록했다. 올 초부터 22일까지 수익률은 25.95%에 이른다. GREK은 그리스 주식 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 상위 25개 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그리스 경제가 반등하면서 GREK의 수익률도 덩달아 치솟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그리스 시장 전체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21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 ‘BB+’(투기 등급)에서 ‘BBB-’(투자적격 등급)로 상향 조정했다. 2010년 국가부도 위기를 겪은 뒤 13년 만에 투자 적격 등급을 받게 됐다.
중도 우파 성향의 키리아코스 미초타기스 총리가 2019년 집권한 뒤 친(親) 시장 정책을 펼치면서 경제 체질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국가 재정도 강화했다. 206%(2020년 기준)에 달하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중은 지난해 170%대로 내려왔다. S&P는 그리스의 GDP 대비 부채 비중이 올해 말까지 146%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체질 개선 덕분에 그리스의 경제 성장을 낙관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그리스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0.7%를 크게 웃돈다. 투자 전문매체 시킹알파도 그리스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유럽 평균치의 2배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그리스도 수혜를 누릴 것이란 관측이다. 관광업은 그리스 GDP의 18~20%를 차지한다. 미초타기스 정부의 개혁 정책으로 공공 지출은 줄고 있지만, 실업률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2013년 27%에 달했던 실업률은 지난해 13%대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펀더멘털도 강화했다. 그리스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4년 말 그리스 은행의 부실채권(NPL) 비율 평균값은 45%에 육박했다. 그리스 은행업계가 그리스 금융안정기금(HFSF)을 대주주로 받아들이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그 결과 올해 6월 NPL 비율은 7.6%까지 감소했다. 부채비율이 감소하자 그리스 최대 은행 중 하나인 피레우스 은행은 내년 결산 시 배당금 지급을 시행할 방침이다. 피레우스가 배당을 결정한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 경제를 두고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해결한 그리스야말로 유럽과 미국이 따라 해야 하는 모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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